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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단독] P2P 대표 또 구속…고수익 보장한다더니 신뢰성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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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직장인 박 모씨(30)가 개인 간 거래(P2P)를 시작한 건 약 1년 전. 소액으로 사들였던 코인 가격이 급락하고 주식시장도 침체를 거듭하며 적당한 월급 투자처를 찾지 못하던 박씨에게 연 투자수익률 15%를 보장하는 P2P는 다시 없을 좋은 기회처럼 보였다. 하지만 최근 박씨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P2P 대출에 2000만원 남짓 투자했으나 이 중 약 700만원이 5개월째 연체 중이기 때문이다. 최근 몇몇 P2P 업체 대표가 구속됐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박씨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P2P 업체 연체율이 전반적으로 오르고 일부 업체 대표가 사기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자 P2P 업계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

P2P 업체는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해 개인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모집해 대출·투자 상품에 연결시켜준 뒤 수수료를 챙긴다. 개인투자자는 일반적으로 1개 P2P 업체 기준 누적투자액 1000만원, 동일 투자 상품에는 500만원까지 투자 금액이 제한된다. 문제는 일부 업체가 허위 상품을 고수익 상품으로 포장해 투자자를 현혹하거나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해 돌려막기를 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12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4월 말 기준 협회 소속 P2P 업체 45곳의 평균 연체율은 8.5%로 집계됐다. 2016년 6월 집계가 시작된 이후 최고치다. 1년 전인 2018년 4월 연체율이 1.77%였던 것과 비교하면 5배가량 높아진 수치다.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허위 상품을 팔아 돈을 가로챈 P2P 업체 대표들의 연이은 구속 소식도 악재다. 12일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주진우)는 개인투자자를 상대로 연 수익률 18%의 고수익을 약속하며 허위 금융상품을 판매해 돈을 챙긴 P2P 업체 '더좋은펀드' 대표 허 모씨(55) 등을 사기 및 업무상횡령 혐의로 지난 5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허씨 등은 투자 대상 부동산 건설을 맡은 시공사가 신탁회사에서 공사대금 지급 확약을 받지 못했음에도 이를 확보한 것처럼 속이는 등 수법으로 투자자 3000여 명에게서 100억여 원을 뜯어냈다. 이 업체는 한국P2P금융협회 회원사로 누적대출액이 4700억원에 이를 정도로 큰 규모를 자랑해왔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대출 상품 리스크가 높아져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만기에 도달한 투자금을 돌려주지 못해 다른 투자자 돈으로 이를 상환하는 소위 '돌려막기' 수법도 사용된 것으로 검찰 조사 결과 확인됐다.

P2P 업체의 부실한 투자자 보호 시스템도 드러났다. 이 업체 홈페이지에는 "다중의 심사와 투자 보호 시스템으로 투자자 자산을 거의 완벽한 수준으로 관리·보호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투자 상품의 안전성 검토를 담당한 것은 구속된 허씨뿐이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시장이 형성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새로운 형태의 금융상품이라며 고수익을 약속하니 소비자는 속기 쉬운 구조"라면서 "P2P 업체의 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금융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는 P2P 업체에 대한 법률적 규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위원회가 마련한 'P2P 대출 가이드라인'이 시행되고 있으나 이는 행정지도로서 법률적 효력이 없다. 국회에는 P2P 금융업 특성을 반영한 이진복 의원안, P2P 대출을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자로 규정해 규율을 강화하는 박선숙 의원안 등 총 5건이 발의돼 있지만 국회 파행으로 법안 논의가 멈춰서 있다.

[김유신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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