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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fn이사람]'쓰레기 사냥꾼' 잡은 해경 박홍식 형사지능계장 "20년 수사통.. 방파제 공사 부실시공 들여다볼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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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박홍식 해양경찰청 형사지능계장 해양경찰청 제공


"폐기물 처리 과정의 구조적 약점을 이용한 범죄여서, 혐의 입증까지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최근 항구와 해상 바지선에서 폐기물 4500t을 무단 방치한 '쓰레기 투기꾼' 일당을 검거한 박홍식 해양경찰청 형사지능계장은 12일 "폐기물 인허가 업무, 수출 가능여부, 통과 여부 등 관리 주체가 나눠져 있는데다 폐기물 수출 처리업체는 실체 없는 페이퍼컴퍼니였다"며 "배출업체와 운반업체 등을 역추적해 관련자들을 잡을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해양경찰청은 지난 4일 해외 수출을 빙자해 전국 재활용처리장에서 수집한 폐기물을 평택당진항 인근 야적장과 바지선에 불법 투기한 주범 공모씨를 폐기물 관리법 위한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이 몰래 버린 폐기물의 양은 4500t으로, 덤프트럭 200대 분량이다.

박 계장은 "폐기물이 불법 수출돼 국제적 망신을 당했다는 언론보도를 접하고 전국 무역항만을 탐문하던 중 평택당진항 인근과 해상 바지선에 쓰레기가 잔뜩 실려있다는 것이 이상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설명했다.

박 계장은 해경에서 20년간 수사 한우물만 판 '수사통'이다. 지난 1999년 수사 특채로 해경에 입문해 경찰서, 지방청, 본청에서 수사와 외사 분야에서 근무했다. 그는 "해경 업무의 특성상 육상과 해상 순환근무가 이뤄지는데 저는 사복경찰로 20년간 근무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며 "덕분에 좀더 다양한 각도에서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는 노하우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범죄사실 등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것들은 확보해놓은 뒤에도 박계장은 속앓이를 해야 했다. 주범인 공모씨가 두번의 영장실질 심사에 불응하고 도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사팀의 끈질긴 추적 끝에 도주 15일 만에 검거할 수 있었다.

박 계장은 그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으로 지난 2011년 러시아에서 수입한 킹크랩을 운송한 뒤 이를 중간에서 가로챈 일당을 검거한 사건을 꼽았다. 당시 전국의 자금력을 가진 조직폭력배들이 러시아에서 킹크랩을 싣고 항해하면서 기존 계약보다 많은 돈을 이들에게 킹크랩을 팔기 위해 한국 화주와 짜고 선상에서 서류를 위조해 가로채는 방식으로 유통질서를 어지럽힌다는 첩보를 받고 수사에 뛰어들었다.

그는 "활킹크랩이 유통되면 물증이 사라져 수사가 어렵다고 판단해 영장없이 활킹크랩 보관장소에 폴리스라인을 치고 압수했죠. 살아있는 킹크랩을 압수한 최초의 사례로 기억한다"고 했다.

박 계장은 그 사건으로 6개월 넘게 조직폭력배에게 시달렸지만, 러시아와 일본에서 증거를 찾아낸 끝에 그 일당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위반 혐위로 구속시킬 수 있었다.

최근 해양 안전사고나 강력범죄 대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박 계장은 "해경도 수사경과제를 도입해 전문성을 강화하고 과학수사 자문위원을 구성했다"면서도 "하지만 해경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 과학수사를 펼치기 위해서는 수중감식, 디지털포렌식, 프로파일러 등 인력과 수사촬영장비, 무인 수중 드론 등 수중과학 수사 장비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관심있게 지켜볼 해양범죄에 대해 묻자 그는 '방파제 공사'를 꼽았다. 박 계장은 "방파제 공사의 경우 바다 밑에 잠긴 부분의 공정에 문제가 다소 있을 수 있다"며 "시방서와 실제 투입량 등이 일치하는지 여부와 수중감식 장비를 사용해 다른 문제점이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답했다.

spring@fnnews.com 이보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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