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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정책 갈등이 감정싸움으로···골깊어지는 서울중구-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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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청장 "구의원이 술값 대납 요구"

구의원 "택배로 추경안, 정상이냐"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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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청과 구의회의 갈등이 정책 대립을 넘어 감정 싸움으로 비화하고 있다. 서양호 중구청장이 구의원들의 미화원 채용청탁, 술값 대납 요구 등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자 의원들은 “추경 예산안을 택배로 보내는 건 정상이냐”며 반발했다.

서 구청장은 12일 오전 중구청에서 ‘어느 구청장의 하소연’이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발표했다. 서 구청장은 “독재와 싸우는 것보다 지역의 낡은 정치와 싸우는 것이 힘든 1년이었다”며 구의회 의원들의 압력을 조목조목 짚었다. 서 구청장은 구의원들이 △구의회 행사에서 구청 직원에게 반말과 욕설 △구청 직원에 노래주점 술값 대납 요구 △금연건물인 본회의장 흡연 등 각종 갑질과 불법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구청장은 지난해 12월 환경미화원 채용에서 구의원의 부당한 청탁 압력이 있었다는 제보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어 서 청장은 구의회의 몽니로 추경예산이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올해 구의회가 총 2회, 단 사흘간 개회하면서 단 한 건의 조례 심의도 하지 않은 반면 사용한 예산은 10억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서 청장은 “구의회가 인사 압력이 통하지 않자 구민 안전과 민생 관련 예산을 흥정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중구 살리기에 함께 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구의원들은 서 구청장이 오히려 ‘구의원 길들이기’를 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화묵 중구의회 부의장(자유한국당)은 “올해 추경예산안이 택배로 도착한데다 공무원들이 방문도 하지 않아 예산 편성방침조차 전달받지 못했다”며 “팀장급(6급 상당) 등과 만날 경우 의원 접견이 징계 대상이라는 답변을 듣는 등 구정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이 부의장은 “구의원 요구 자료에 구청장의 결재를 받도록 하는 방침이 내려와 현재 의원들이 일체의 자료도 받을 수 없는 상태”라며 추경예산 심사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오히려 서 구청장이라고 주장했다.

자치구 관계자들은 지난해 본 편성 예산 당시 빚어진 정책 갈등이 기싸움을 넘어 감정 대립으로 비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지난해 ‘어르신 공로수당’ 등 서 구청장의 핵심 사업에 대한 심의부터 양측간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이어 지난 2월 서 구청장이 속기사 등 의회 특화 업무를 제외한 구의회 직원 16명을 통째로 인사발령 내면서 의회와 구청의 대립이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분석이다.

갈등은 단기간 내에 봉합되긴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서 구청장은 “오늘부터 ‘청탁금지법’을 비롯한 여타의 법률 위반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을 조사하고 결과에 따라 사법당국에 수사의뢰와 고소고발을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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