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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불가역적 합의’ 주장은 상처받은 분 헤아리지 못한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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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독립운동가 추모비서 무릎 꿇고 사죄…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연세대 강연



경향신문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가 12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 용재홀에서 ‘한반도의 신시대와 동아시아의 공생’을 주제로 초청 강연을 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일본은 남북 분단에 책임이 있으니 남북이 화해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입장”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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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전국의 무한책임 인정하면, 사과하라는 말도 안 듣게 될 것

남북분단도 일본에 책임있어…패권국 대신 평화에 신경써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72)가 일제강점기 위안부 등 전쟁 피해에 대한 일본의 ‘무한책임’을 강조했다.

그는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 문제를 두고도 “개인 청구권은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방한 중인 하토야마 전 총리는 12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열린 ‘한반도의 신시대와 동아시아의 공생’ 강연에서 “일본이 무한책임을 지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언젠가는 위안부 피해자도 ‘더 이상 사과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시간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일본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 고베여대 교수의 “전쟁 피해에 패전국은 무한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말을 인용하며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를 비판했다.

그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해결’이라는 표현이 쓰였는데 상처 입은 분들의 입장을 헤아리지 못한 표현”이라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 기업의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지난해 11월 한국 대법원의 판결도 “일본이 부정하고 끝내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했다. 그는 “1965년 청구권협정을 통해 최종적으로 해결된 것은 양국 정부 간의 문제”라며 “개인 청구권은 완전히 해결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이야기하고 싶다”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정치인이다. 1999년 일본 민주당 당대표 시절과 2009~2010년 총리 재임 시절 일본의 식민지배를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한다는 뜻을 밝혔다. 총리 퇴임 이후에도 아베 신조 정부의 신사참배를 비판해왔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015년 광복 70주년을 3일 앞두고 서울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독립운동가 추모비 앞에서 무릎 꿇고 사죄했다.

이날 강연에서도 “서대문형무소 앞에서 사과한 뒤 일본 미디어에서는 질타를 받았지만 올바른 행동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위안부·강제징용 피해자 문제뿐 아니라 남북 분단에도 일본의 책임이 있다며 “남북 분단은 애당초 일본에 책임이 있으니 남북이 화해하고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할 입장”이라고 했다. 그는 한반도 평화 문제를 두고 “한두 번의 남북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으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10번이라도 해야 한다”고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조부인 하토야마 이치로 전 총리의 정치신조 ‘우애’를 바탕으로 일본의 사죄와 ‘동아시아 공동체’의 창설을 주장해왔다. 그는 “우애란 자립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는 동시에 상대의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돕는 것”이라며 “유럽연합(EU)과 같은 동아시아 공동체를 구성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일본은 패권국가를 목표로 할 것이 아니라 중견국가로서 어떻게 평화를 유지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며 “일본이 평화를 위한다며 군사력을 강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으며 주변 국가와 우호관계를 쌓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유럽이 EU를 만들 수 있었던 이유는 독일이 진심으로 사죄를 했기 때문”이라며 “모든 문제를 대화와 협조로 해결하는 우애정신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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