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은 주택용, 산업용, 상업용 등 용도에 따라 구분되고 원가도 모두 다르다. 산업용은 송배전이 대규모로 이뤄지기 때문에 주택용에 비해 원가가 싸다. 지금까지 원가 공개를 주로 주장해온 것도 기업 쪽이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주택용 대비 산업용 전기요금 비중은 90.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62.1%보다 크게 높았다. 원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전기요금을 물고 있다는 것이 기업들 불만인데 일반 소비자들은 이런 논리에 익숙하지 않다. 원가가 공개되면 소비주체에 따라 이해관계가 분명해지면서 사회 갈등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한전이 이를 들고나온 것은 적자로 보전하는 전기요금 구조가 마침내 한계점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 탈원전 정책이 시작된 2017년 4분기 이후 한전은 지난해 3분기를 제외하고 계속 적자를 내고 있으며 올 1분기에만 6299억원 적자를 봤다. 전력 원가는 올랐는데 요금은 올릴 수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원가 구조라도 공개해 책임을 덜고 싶은 것이 한전의 솔직한 심정일 것이다.
이런 책임을 왜 일개 기업인 한전이 떠안아야 하나. 탈원전 정책 결과 대규모 적자가 발생했다면 정부가 국민들을 상대로 요금 인상을 설득하는 게 순리다. 그런데 오히려 누진제 완화 등으로 한전 부담을 늘리려고 한다. 탈원전은 고수하면서 임기 중 전기료 인상은 하기 싫다는 모순된 욕심이 한전을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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