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은 꼭 수직으로 걸려 있어야 하는가? 그래서 프랑스 추상화가 프랑수아 모를레(1926~2016)는 흰 캔버스에 검은 선 하나를 삐딱이 내려 긋고 '테이블이 중심에서 3˚회전되기 전 중앙값 90˚표시'〈사진〉라는 제목을 붙였다. 그러곤 캔버스가 아닌 직선이 바닥과 수직을 이루도록 벽에 걸었다. 자연히 비뚤어진 캔버스 앞에서 관객은 고개를 갸웃갸웃하게 된다.

'화면'을 뜻하는 전시 'Picture Plane'이 서울 소격동 학고재에서 7월 10일까지 열린다. 화면에 대한 낯선 접근을 통해 미술사 서론을 새로 쓴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로버트 라우션버그,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해외 거장 12인의 작품 32점을 모았다. 작품가 약 260억원어치의 종합선물 세트다. 특히 탁자 위에 펼쳐둔 천 조각을 연상시키는 라우션버그의 콜라주 '반 블렉 시리즈 VI'는 "카펫을 벽에 걸어두더라도 카펫은 수직(벽)보다 수평(바닥)을 지향한다"는 식의 인식론적 전환을 불러왔고, 리히터는 사진책 표지 위에 그린 '얼음' 연작 등 사진을 회화의 재료로 활용함으로써 '회화의 종언'까지 대두되던 상황을 타개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받는다. 박미란 큐레이터는 "예술가는 화면에 무엇을 기록할지 치열하게 고민해왔고 미술의 생명을 연장한 것은 결국 관점의 변화였다"고 설명했다.

키네틱 아트(Kinetic Art) 선구자로 불리는 미국의 알렉산더 칼더는 철사라는 입체적 선으로 형상을 그리며 드로잉의 조각화를 일궈냈다. 전시작 '빨간 초승달' 등 그의 움직이는 조각에 대해 마르셀 뒤샹은 '모빌(mobile)'이라는 말을 붙여주었다. 모빌은 프랑스어로 움직임, 그리고 동기를 뜻한다. 상업 갤러리에서 이례적으로 입장료(성인 5000원)를 받는 전시인데도 관람객 발길이 분주히 움직인다.

[정상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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