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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채용설명회` 절대로 가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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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는 '뒤로 넘어져도 합격만 하면 된다' '모로 가도 합격만 하면 된다'는 비장한 마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당신이 가진 스펙은 더 이상 바꾸기 어렵습니다. 우린 자소서로 승부를 봐야 합니다. 자소서로 합격을 만들어냅시다. 합! 격!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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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기자가 코치하는 특급 자소서-11] 도발적인 제목에 움츠러들었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이번 회차에는 도발적으로 채용설명회를 품평해 보고자 한다. 기자가 왜 절대 채용설명회 가지 말라고 했는지 알아보자.

보통 채용시즌은 1년을 기준으로 전반기, 하반기로 나뉜다. 공기업과 대기업 상반기 공개채용(공채)은 보통 2월 말에 시작한다. 그렇다. '원서접수 공지가 뜬다.' 그중 전반기의 대부분 주요 기업들은 3월에 공채를 시작한다. 4~5월 공채를 진행하는 때도 종종 있다. 하반기 공채 기간은 8월 말에 시작한다. 9월에 가장 많은 공채가 발생하고, 10~11월에도 더러 공채가 있다.

채용설명회는 전반기에는 3월, 하반기에는 9월에 가장 많다. 대학을 중심으로 각종 포스터가 붙는다. 채용설명회가 하루에도 2~3개 일정이 우수수 짜이기도 한다. 이제 갓 입사를 준비하는 '입사 준비 새내기'들은 신기하다. 이 대학 출신의 신입들과 인사팀 담당자들이 저마다 "우리 회사가 이만큼 좋아요"라고 회사 소개를 늘어놓기 때문이다. 하지만 '입사 준비 헌내기'들은 거기서 거기다. 이 회사도, 저 회사도 세부 내용만 조금만 비켜갈 뿐 큰 틀에서는 내용이 같다. 무슨 얘기냐고? 얘기해줄 수 있는 것이 한정돼 있다는 것이다.

기자의 친구는 국내 굴지 5대 그룹 인사팀에서 '채용설명회' 담당으로 시즌마다 유수 대학들을 찾는다. 부스도 차려놓고 최소 3일은 앉아 있는단다. 회사에 대한 설명자료를 배포하기도 하고, 더러는 질문도 받는다. 모두 3일째 채용설명회를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수지맞는 장사는 아니라고 했다. 어차피 이름이 알려진 대기업은 모두가 입사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모객을 하지 않아도 지원서는 쌓인다는 것이다. "그럼 왜 해"라고 물었더니 "그냥 하는 거지. 늘 해왔으니까. 그리고 질문이 별로야. 그냥 불안하니까 하는 질문들인 경우가 대부분인 듯해"라고 답했다.

정곡을 찔린 듯한 느낌이었다. 기자도 학창시절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채용설명회에 갔다. 그러고 물었다. "회사는 스펙을 많이 보나요? 몇 명이나 뽑지요? 자소서를 많이 보나요? 토익은 그냥 커트라인인가요? 아니면 점수가 더 높을수록 좋나요?"

자 방금 질문에 답해보자. 회사는 스펙을 당연히 많이 보지 않겠나. 인사팀 입장에서 스펙이 많은 게 눈이 가지 않겠나. 자소서를 읽어보겠지. 이상하게 쓴 애들은 대충만 읽어봐도 답이 나온다. 토익은 일정 점수 이상은 돼야 하지 않겠나. 최소 기준을 아예 800점 이렇게 정해놓은 곳도 있지 않나? 만점이 아닌 이상 900점이면 어떻고, 910점이면 어떻겠나? 모두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질문들에 불과하다. "아 외부활동이 좀 부족한 것 같은데…아 자소서는 왜 이렇게 안 써지지…토익 점수가 좀 낮아서 서류가 늘 떨어지나…" 그런 불안감에서 오는 질문들이다("연봉이 얼마예요"라는 솔직한 질문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데 직장인들은 별로 밝히고 싶지 않아 한다. 아마 "검색해보세요"라고 답할 것이다).

물론 백번 양보해서 불안감에서 오는 질문들을 할 수도 있다. 그럼 인사팀 담당자들은 거기에 얼마나 대답해줄 수 있을까? "아유 저희 스펙 많이 보죠. 스펙은 '고고익선(高高益善)'이에요. 토익은 그래도 900은 넘어야 하지 않겠어요? 자소서는 최대한 본인을 있는 그대로 직무 연관성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쓰셔야 합니다." 이렇게 답할 수 있을까? 할 수 없는 이야기거나 하느니만 못한 얘기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절대로 채용설명회에 가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다. 그런 식으로 펼쳐지는 채용설명회는 남는 게 단 하나도 없다. "삼성전자에서 나와서 설명회를 하는데, 건지는 것은 없네. 현대자동차는 다를 줄 알았는데 똑같네." 그냥 허례허식이라고 판단하고 끝나버리는 경우가 태반이다. 물론 기자도 학창시절엔 그랬다.

우리는 채용설명회에서 다른 질문을 해야 한다. 그리고 회사에 대한 정보를 미리 구해보고, 안 구해지는 것 위주로 물어야 한다. 자 무얼 물어야 할까?

-지금 회사와 관련된 산업 이슈 중에 회사가 가장 중요하게 판단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회사의 비전과 핵심 경영 전략이 있나요?

-최근 회사가 가장 관심 가지고 있는 먹거리 사업은 무엇인가요?

-회사 CEO가 늘 얘기하는 가치가 있다면요?

-회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떠한가요?

-회사에서 키우는 조직이 있나요? 사업부 구성은 어떻게 돼 있나요?

-제가 어떤 직무를 지원하려고 합니다. 이 직무는 회사에서 어떤 일을 하나요?

-이 직무가 최근에 맡은 프로젝트가 있을까요?

-신입사원, 3년 차, 5년 차 등 근속연수에 따라서 맡는 일은 차이가 있나요?

-업무를 하면서 가장 보람찼던 경험이 있으세요?

-회사에서 업무 수행해보니까 미리 갖춰놨으면 좋았을 덕목이나 기술이 있나요?

-이 직무에 주로 지원하는 전공은 어느 전공인가요? 전공별로 입사하는 데 차이가 있을까요?

-면접을 준비할 때 '일대일 면접' '다대다 면접'인지요? 질문은 주로 어떤 것으로 구성돼 있나요?

-회사의 덕목 중에 자기소개서에 어필하면 좋을 만한 가치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대략 이런 질문이다. 크게 나누면 회사가 속한 산업적 측면, 직무 관련, 채용 프로세스로 나눌 수 있다. 이런 질문을 해야 한다. 질문 대부분이 자소서를 쓰고, 면접을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되는 질문이다. 이런 질문들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현직자에게 듣는 게 가장 나을 수 있다. 물론 채용설명회에 온 사람들도 답변을 못하는 부분도 있다. 본인이 책임지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 말을 아끼기도 할 테고, 명확하지 않은 것은 공적으로 말하지 않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린 이런 질문들을 던져야 한다.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굳이 시간을 들여 '채용설명회'에 가는 것이다. 그냥 뻔하게 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한 도구로서 채용설명회는 절대 가지 말라.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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