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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수확철 보릿대 어쩌나…태우면 환경오염, 놔두면 모내기 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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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먹이 등 활용도 낮고 수거에 시간·비용 들어 농민들 소각 고집

대책 없이 단속하기도 어려워 지방자치단체들 '난감'

연합뉴스

보릿대 불법 소각
(군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13일 전북 군산시 대야면의 농촌 들녘에서 수확을 마친 보릿대를 태우며 자욱한 연기가 발생하고 있다. 2019.6.13 doin100@yna.co.kr (끝)



(군산=연합뉴스) 백도인 기자 = 전북지역 자치단체들이 수확이 끝난 보릿대 처리 방안을 놓고 농민들과 갈등을 겪고 있다.

농민들은 모내기에 방해가 된다며 대부분 현장에서 소각하고 있지만 메케한 연기와 미세먼지를 배출하는 불법 행위여서 단속을 하지 않을 수도 없기 때문이다.

13일 군산시를 비롯한 도내 기초단체들에 따르면 최근 보리 수확 철을 맞아 농촌 들녘의 보릿대 소각 행위를 단속해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대규모 농지에서 보릿대를 태우다 보니 연기가 하늘을 뒤덮고 냄새가 진동하기 때문이다.

이런 농업 부산물의 불법 소각은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원인으로도 지목된다.

건조한 날씨에는 화재로 번지는 일도 종종 일어난다.

보릿대를 논밭에서 그대로 태우는 것은 폐기물관리법상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 부과 대상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일선 자치단체들은 보리 수확 철이면 단속반을 운영하며 현장 순찰을 강화하고 있다.

농가를 대상으로 "보릿대를 태우면 안 된다"는 홍보 활동과 함께 마을 총회, 반상회를 열어 교육하는 등 다각적으로 '소각 금지'를 전파하고 있다.

하지만 농민들은 보릿대를 태우지 않고는 모내기를 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보릿대가 억센 탓에 갈아엎은 뒤 모내기를 하면 모가 제대로 활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보리 수확
[연합뉴스 자료사진]



보릿대를 수거하더라도 마땅히 쓸모가 없다는 점 역시 소각을 부추기는 요소다.

보릿대는 볏짚과 달리 소화 효율이 낮아 소먹이 등으로 거의 활용되지 않는다.

보리 수확과 모내기 철이 겹치는 것도 문제를 키우고 있다.

보릿대를 수거해 지정된 장소에서 소각 등으로 처리하고 싶어도 이 과정에 시간이 오래 걸려 모내기 철을 놓치기에 십상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수거와 처리를 하려면 적지 않은 비용이 발생해 농가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농민 김모(54)씨는 "보릿대를 태우지 말라는 것은 모내기를 포기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단속이 능사가 아니라 정부와 자치단체가 먼저 현실성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산시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뾰족한 대책이 없어 아예 소각을 합법화해달라는 건의도 여러 차례 했지만 받아들여 지지 않고 있다"며 "농가의 입장도 이해가 가기 때문에 무작정 단속만 하기도 난감하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doin1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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