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메이 등 시위 지지
1997년 홍콩 주권 반환 이후 사상 최대 규모 시위로 기록되고 있는 홍콩 시위가 중국의 노골적 간섭에 대한 ‘억압된 분노’의 표출이며, 과거 선거 민주주의를 주장했던 2014년 ‘우산 운동’과는 달리 범죄인 인도법 반대라는 구체적인 의제를 앞세운 ‘자율과 독립성 보장’에 대한 요구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ㆍ한 국가 두 체제) 보장에 대한 홍콩 시민들의 요구와 외국 세력이 홍콩을 점령, 중국을 압박해 올 것이란 중국 강경파의 우려가 대치되면서 오늘날 대규모 시위를 촉발시켰다는 분석이다.
12일(현지시간) 영국의 가디언은 홍콩의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의 근본 원인은 중국의 통제와 억압에 대한 누적된 분노이며, 실제 반체제 운동가들을 수감하고, 중국과 홍콩을 물리적으로 연결하는 인프라 건설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등 홍콩 정부의 친중 행보가 노골적으로 이뤄져 왔음을 지적했다.
미국 노트르담대 빅토리아 후이 정치학과 부교수는 “기본적으로 홍콩 시민들 사이에는 억눌린 분노가 누적돼있는 상태”라면서 “이것은 법안에 대한 것만이 아니라, 홍콩의 자유를 잠식하기 위해 중국이 해온 모든 것들이 합쳐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디언은 민주주의 구호로 들끓었던 과거 홍콩의 우산 운동과 비교해 이번 홍콩 시위는 “훨씬 덜 이상적이고 훨씬 더 냉소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외신들은 중국이 대규모 시위에 굴복해 범죄인 인도법을 쉽게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이 현재 상황을 홍콩을 놓고 벌어지는 중국과 미국을 필두로한 반(反) 중국 세력의 지정학적 대결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과 미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적대적인 외국 세력이 홍콩을 중국 본토를 전복하기 위한 근거지로 삼고 있다는 중국 강경파들의 오랜 우려도 심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홍콩 시위가 일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테리사 메이 전 영국 총리를 비롯한 해외 정계 인사들은 일제히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의사를 쏟아내며 중국을 수세로 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 백악관에서 폴란드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그들(시위대)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면서 “그들이 중국과 잘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범죄인 인도법에 대해 우려를 표명한 미 국무부 대변인의 발표보다는 수위가 낮지만, 사실상 홍콩 시위에 대한 지지를 표한 것이란 해석이다. 앞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역시 성명을 통해 “법안이 만약 통과된다면 의회는 홍콩이 충분한 자치권을 갖고 있는지 재 평가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영국의 테리사 메이 총리는 하원 ‘총리 질의응답’에서 “영국이 전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범죄인 인도법은 영ㆍ중 공동선언에서 정한 권리 및 자유와 긴밀히 연결되는 것이 필수적이다“고 밝혔고, 탈중국화 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차이잉원 대만 총통 역시 “어렵게 얻은 민주주의는 모든 세대에 의해 지켜져야 한다”며 시위대를 지지하고 나섰다.
중국은 홍콩 시위와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 발표는 삼가하면서도, 국경 밖에서 일고 있는 홍콩 시위대를 향한 지지 물결에 대해서 만큼은 강경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엄연한 내정간섭이라는 것이 중국의 주장이다.
경상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1일 펠로시 의장의 성명에 대해 “홍콩의 일은 순전히 중국의 내정이며, 다른 어떤 국가나 조직, 개인도 개입할 수 없다”면서 “범죄인 인도법에 대한 무책임하고 무정확한 발언을 한 것에 대해 반대를 표명한다”고 반발하기도 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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