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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기고] 한국감정원 사명! 우물 안 개구리식 시각을 버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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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규 한국감정원 동우회 회장

파이낸셜뉴스

최재규 한국감정원 동우회 회장


얼마 전 내가 오랜 세월 근무했던 한국감정원이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국감정원은 국민재산의 경제적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여 경제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설립된 정부출자 공기업으로, 1969년 4월 25일부터 금융기관 감정업무 및 법령에 따른 일반감정업무를 시작했다. 국내 최고의 부동산 전문기관의 일원이었다는 자부심은 내 인생의 가장 큰 자산이자 여전히 나를 설명하는 정체성의 한 부분이다. 50주년이라는 반가운 소식에 옛 시절을 그리며 지금도 투명하고 공정한 부동산시장을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을 한국감정원의 소식을 찾아보게 되었다.

마치 발전된 고향의 모습을 보듯 벅차오르는 순간도 잠시, 나를 몹시도 침통하게 한 것은 최근 감정평가사협회에서 한국감정원의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자주 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오랜 일터이자 고향이었던 곳. 나를 비롯한 3천여 감정원 퇴직직원들과 후배들 모두를 굳게 지탱하던 자긍심 앞으로 형언할 수 없는 허탈감이 밀려왔다.

한국감정원은 1973년 12월 31일 제정된 감정평가에 관한 법률에 따라 감정회사로 인가가 의제되었고, 동법에 따라 일반 담보평가 업무를 수행하는 공인감정사제도가 도입되었다. 이후 지가 폭등 등 합리적인 지가관리의 필요성이 증대함에 따라 정부는 1989년 4월 1일 지가공시 및 토지 등의 평가에 관한 법률을 제정함으로써 공시지가제도를 도입하였고, 종전의 토지평가사 및 공인감정사를 일원화하여 감정평가사 제도를 시행하였다. 한국감정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부동산 관련 분야의 핵심적인 공기업으로서, 현재 200여 명의 감정평가사들이 감정원의 공적 임무 수행을 위해 진력을 다하고 있다. 이러한 숫자는 무려 임직원의 20% 이상에 달하는 비율이다.

2년여 전인 2016년 9월 1일, 국회는 한국감정원이 정부 부동산 정책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사적 기능을 축소 내지 폐지하고 공적기능 중심으로 개편함과 동시에 안정적인 공적 업무를 수행하도록 하는 한국감정원법을 제정하였다. 한국감정원법은 제1조 목적 조항에서 "이 법은 한국감정원을 설립하여 부동산의 가격 공시 및 통계·정보 관리 업무와 부동산 시장 정책 지원 등을 위한 조사·관리 업무를 수행하도록 함으로써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질서유지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며 부동산 시장의 안정과 질서유지가 그 목적임을 대대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현재 한국감정원은 사적 감정평가업무를 직접 수행하지는 않으나 국토교통부의 지휘 감독 아래 감정평가서 타당성조사업무를 통하여 부동산 감정평가의 균형점을 제시하고, 적정성· 정확성·공정성 확보를 책임지고 있다. 즉, 한국감정원의 명칭은 한국감정원법이 정하는 목적이나 업무와 전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이 부동산 가격 평가, 정책 개발, 정책 수행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위치에 굳건하게 서 있고, 국토교통부장관의 위탁업무를 수행하는 공공기관으로서 위상을 점하고 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명백한 사실이다.

사명을 변경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감정원의 이름이 주요업무 및 정체성과 맞지 않아 국민에게 혼란을 준다는 것이 주된 근거이다. 그러나 50년 동안 한국감정원은 많은 국민들이 신뢰하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었고, 최근 한국기업평판연구소의 조사에서는 공기업 36개 기관 중 브랜드 인지도 2~4위 수준을 기록하며 한국감정원의 정체성, 역할에 대한 국민의 인식이 공고함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부른 사명 변경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는 행정비용의 낭비만 부추길 뿐이다. 한국감정원의 이름을 변경하자는 목소리가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을 위하고 국민의 혼란을 예방하고자 하는 진정한 선의(善意)에서 비롯된 것인지 다시 한번 의문을 갖게 되는 부분이다.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고 싶다는 큰 뜻이 있다면 한국감정원과 사명 변경을 주장하는 감정평가사협회는 사소한 견해 차이에서 벗어나 대국적 견지에서 먼 미래를 설계해야 되겠다. 좁은 우물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아는 '우물 안 개구리(井底之蛙)'의 어리석은 우를 범하지 말고 광활하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도록 노력하자.

대한민국이라는 큰 배에 올라탄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이야기하고 싶다. 대한민국 부동산 정책과 국민의 편익을 위하는 거시적인 생각과 시선, 그리고 한마음으로 화합하고 상생하는 길을 찾아 나아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최재규 한국감정원 동우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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