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미니크 얀센 반고흐 재단 대표의 꿈
"라부여인숙에 고흐의 작품을 걸겠다"
도미니크 얀센 반고흐재단 대표는 "반 고흐는 나에게 평생 열정과 동기를 갖게 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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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가 1890년 6월 10일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적은 글이다. 살아생전 고흐는 자신의 그림이 미술관이나 박물관이 아닌 카페, 학교 등과 같이 일상적인 곳에 걸리길 원했다. 자신의 그림이 평범한 사람들의 삶 속에서 같이 살아 숨쉬길 간절히 바랐기 때문이다.
고흐의 꿈을 이루기 위해 30년이 넘는 세월을 투자한 사람이 있다. 13일 서울 장충동 한 호텔에서 만난 도미니크 얀센(Dominique-Charles Janssensㆍ71) 반고흐 재단 대표는 "고흐의 꿈을 이뤄주는 것이 나의 꿈을 이루는 것"이라며 "고흐가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라부여인숙에 그의 그림을 걸어주기 위한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있다. 고흐는 나에게 평생토록 끊임없는 열정과 동기를 갖게 해주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사진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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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2개월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게 된 얀센은 지인에게 한 권의 책을 선물 받는다. 고흐와 테오가 주고받은 편지를 모은 책이었다. 얀센은 "책을 읽으면서 화가가 아닌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고흐의 매력에 흠뻑 빠지게 됐다"며 "그의 예술에 대한 신념과 철학에 깊게 매료되어 빠져나올 수 없었다. 겪어보지 못한 강한 끌림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반 고흐에게 빠진 뒤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는 도미니크 얀센 반고흐재단 대표.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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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회사를 그만두고 급기야는 이듬해 경매에 나온 라부여인숙까지 인수했다. 1987년에는 라부여인숙을 제대로 관리하기 위해 비영리 단체인 '반고흐 재단'을 설립했다. 라부여인숙은 고흐를 사랑하는 팬들의 후원에 힘입어 6년간 복원 작업을 거쳐 원래 모습을 되찾은 뒤 1993년 개관했다. 개관 이후 현재까지 300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여인숙을 찾았다.
그간 라부여인숙 운영에 힘썼던 그는 올해부터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반 고흐의 꿈(Van Gogh’s Dream)'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고흐가 라부여인숙에서 그린 그림 가운데 한 점을 다시 라부여인숙에 돌려놓는 것이다. 고흐는 라부여인숙에서 약 80점의 그림을 그렸는데, 그 가운데 14점을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 이 14점 가운데 하나를 매입하는 것이 목표지만 매입 예상액은 천문학적으로 비싸다.
얀센 대표는 "캠페인을 통해 고흐의 소망을 실현해줄 수 있는 기업과 개인 등 투자처를 찾고 있다"며 "단순히 영리적 목적에서 프로젝트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흐의 예술혼을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데 도움이 되는 곳과 함께하고 싶다"고 했다.
도미니크 얀센 반고흐재단 대표가 라부여인숙 실물 열쇠 복제본을 보여주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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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그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온라인 여행 예약 사이트와 호텔 등에서 대규모 후원 제안을 받았는데, 모두 거절했다고 한다. 그는 "고흐를 기업의 상품화 전략에 이용하고 싶지 않다. 고흐 기일이면 무덤에 꽃 한 송이를 놓아달라고 수표를 보내는 사람이나 진정으로 고흐를 사랑하는 기업들과 탄탄한 마케팅 계획을 세워 장기적으로 함께 이끌어 가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캠페인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기반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캠페인 참가자에게는 디지털 인증서와 고흐의 방 디지털 열쇠, 라부여인숙 실물 열쇠 복제본 등을 제공한다. 다소 어려워 보이는 이번 프로젝트가 성공하면 어떨 것 같으냐는 질문에 얀센 대표는 "고흐의 그림을 라부여인숙에 거는 것은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다. 이를 발판으로 고흐의 작품이 현대와 교감하면서 재생산되도록 하기 위해 구상 중인 프로젝트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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