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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호르무즈 해협서 유조선 2척 피격…유가 4% 폭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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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3일 이란 호르무즈 해협으로 통하는 오만해에서 유조선이 피격당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공격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다.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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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미국·이란 간 '갈등 중재자 역할'을 하겠다며 이란을 방문한 가운데 이란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대형 유조선 등 총 2척이 피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번 피격은 아베 총리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만난 당일에 일어났고, 공교롭게도 피격 선박 2척 중 1척이 일본 해운사가 운영하는 선박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피격은 지난달 12일 이후 꼭 한 달 만에 또 발생했다. 공격 배후는 알려지지 않았다.

지난달 이후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이라크와 오만, 카타르에 이어 일본까지 중재자로 나섰음에도 불구하고 지정학적으로 민감한 지역에서 피격이 또 일어나자 호르무즈 해협이 속한 걸프만 일대 긴장감이 치솟고 있다. 정세 불안 탓에 같은 날 13일 브렌트유는 장중 4% 이상 올라 배럴당 62달러를 넘어서는 폭등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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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국영 방송사인 알알람은 호르무즈 해협으로 이어지는 오만해에서 대형 유조선 2척이 13일 오전 피격당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알알람 방송은 오만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폭음이 두 차례 연속으로 들렸고, 이 폭음은 걸프 지역에서 원유를 실어나르던 대형 유조선 2척에 대한 정체불명의 포탄 공격으로 인해 발생했다"고 전했다. 영국 BBC 방송은 "미국 해군 5함대가 긴급 출동해 구조활동에 나섰고 두 배에 타고 있던 선원들은 전부 긴급 대피했다"고 보도했다.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 중인 상황에서 피해를 입은 일본에서는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이 "관련 정보를 수집 중"이라면서 "공격받은 유조선 2척 모두 일본과 관계된 화물을 실었고, 피격된 2척 중 1척은 일본 해운사가 빌려 운영 중이던 배"라고 밝혔다. 피격 유조선들은 파나마 선적의 고쿠카커레이저스호와 마셜제도 선적의 프런트알타이르호인데, 이 중 고쿠카커레이저스호의 실질적 선주가 일본 회사인 고쿠카산업이다. 고쿠카산업 측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늘 포탄 공격은 3시간 간격으로 두 번 있었고, 유조선이 2만5000t의 가연성 메탄올을 싣고 운항 중이었다"고 밝혔다.

프런트알타이르호 역시 비슷한 포탄 공격을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 이 선박을 운영하는 노르웨이 선주 측은 AP통신에 "오전 8시께 (배에서) 원인 모를 폭발이 발생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만 밝혔다.

현재로선 공격 배후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이번 사건으로 미국과 이란 간 갈등은 더 격화될 전망이다. 특히 AP통신은 이번 피격이 아베 총리가 이란을 방문하는 중에 발생했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공격으로 보이며 미국·이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12일 유조선 4척을 겨냥한 피격 사건이 오만해에서 일어나던 당시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란을 '공격 배후'로 지목했고, 이란은 '미국과 이스라엘 정보기관이 군사 도발 명분을 만들기 위해 꾸민 짓'이라며 반발해 상황이 악화 일로를 걸은 바 있다. 당시에는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노르웨이 선적 유조선 4척이 피격됐다.

사건이 보도된 직후 브렌트유 거래 가격이 배럴당 4.5% 올라 배럴당 62.52달러를 기록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공격 배후를 둘러싼 국제 갈등이 격화될 조짐을 보이는 데다 사건 발생 지점이 걸프만 산유국들의 주요 원유 수송로이다 보니 원유와 천연가스, 메탄올이나 나프타 같은 석유화학 원료를 실어나르는 배들의 통행 리스크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수송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제유조선주협회(INTERTANKO)는 13일 성명을 내고 "오늘 아침 오만해에서 일어난 공격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운항하는 선박 안전이 상당히 우려된다"며 "이 해협이 불안하면 서구권에 대한 원유 공급이 위험에 처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건 직후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중동이 더 불안해지고 긴장이 고조돼서는 안 된다"며 "최대한 자제력을 발휘하고 어떤 도발도 피해야 한다"는 성명을 냈다.

한편 아베 총리가 일본 총리로는 41년 만에 이란을 방문해 하메네이 최고지도자와 13일 면담했지만 미국·이란 간 입장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하메네이는 면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는 아베 총리에게 "트럼프 대통령과 협상할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일본에 대해 "우호국이지만 불만도 있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아베 총리는 전날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회담에서도 구체적 방안 등을 논의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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