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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사설] ‘눈먼 돈’ 일자리안정자금 부정수급 실태, 가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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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일자리안정자금의 부정수급 실태가 드러났다. 고용노동부 자체 점검 결과 2018년부터 2019년 4월까지 553억6100만원의 일자리안정자금이 부적격자에게 지급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해 집행된 금액의 2%가 넘는다. 일자리안정자금은 ‘눈먼 돈’이었음이 확인된 것이다.

일자리안정자금 제도는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30인 미만 영세사업장에 지원금을 주는 제도로, 2018년 1월부터 시행됐다. 지난해 2조9700억원이 책정돼 2조5136억원이 집행됐고 올해 예산에도 2조8200억원이 편성됐다. 부정수급 사례를 보면 말문이 막힌다. 사업주와 배우자 등 무자격자 2만709명에게 나간 돈이 229억8100만원이다. 월급이 지급 기준을 초과한 2만4428명도 총 223억8200만원을 챙겨갔다. 퇴사자 12만8550명도 99억9800만원을 타갔다. 무려 17만3687명이 양심을 속이고 국민 혈세를 빼먹었다니 참담한 일이다.

고용노동부가 이를 조장했다는 지적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정부는 일자리안정자금 집행률을 올리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한 것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신청하지 않아도 돈을 주고 무자격자에게도 지원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래도 실적이 부족하면 지원 기준까지 완화했다고 한다. ‘일단 지급하고 보자는 식’이었다는 게 당시 업무를 맡았던 계약직 일자리 지원 심사원들의 증언이다. 최저임금 인상의 파장을 차단하려다 생긴 일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을 냉정히 평가하고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고용노동부는 “부정수급 가능성이 큰 사업장을 중심으로 집중 점검할 계획”이라고 했다.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양심불량자가 삼킨 돈은 끝까지 찾아내 전액 환수하고 처벌을 받게 해야 한다. 일자리안정자금의 문제는 한둘이 아니다. 자금을 지원받은 사업체가 외려 근로자 수는 물론 근로시간까지 줄었다는 연구보고서까지 나온 마당이다. 일자리안정자금이 정책 목표와 반대로 고용을 해치고 있으니 어이가 없다. 일자리안정자금은 현실을 무시한 최저임금 과속 인상의 산물이다. 최저임금 인상 정책을 속히 손질해야 한다. 다른 재정지원금 사업에도 누수 구멍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태양광 보조금, 청년수당 등 현금 살포 복지와 예비 타당성 조사까지 면제하며 밀어붙인 24조원 규모 건설 사업 등도 ‘눈먼 돈’이 될 조건을 갖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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