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기고] ‘공유주방’ 꿈꾸는 청년들을 위한 약속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가 주목받고 있다. 한번 생산된 제품을 여럿이 공유하는 협력소비를 기본으로 하는 경제방식으로, 2008년 미국 하버드대 로런스 레식 교수에 의해 처음 사용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제성장 둔화와 고령화, 1인 가구 증가 등 인구 구조의 변화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공유오피스, 공유주방, 공유주택 등 ‘공유’ 전성시대 속에 살고 있다.

특히 주방설비가 갖추어진 조리 공간을 여러 창업자가 함께 사용하는 공유주방은 새롭게 부상하는 트렌드다. 이미 해외에서는 미국, 인도 등을 중심으로 공유주방이 활발하다. 하나의 주방을 여러 사업자가 함께 사용하거나, 인도에서 처음 시작된 ‘클라우드 키친’처럼 온라인 점포를 통해 주문을 받고 공유주방에서 음식을 만들어 배달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운영 중이다.

세계일보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공유주방이 각광받는 가장 큰 이유는 창업에 필요한 초기 설비 투자비용이 절감되기 때문이다. 신메뉴나 새로운 브랜드의 테스트베드로도 활용이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식품위생에 대한 우려 때문에 시도되지 못했다. 현행 식품위생법에서는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하나의 주방을 둘 이상의 영업자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영업장별로 사용되는 시설과 분리, 구획 또는 구분되도록 하고 있어 공유주방 사용자들은 현행 법령 체계 내에서는 영업할 수가 없다.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서는 걱정이 깊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환경 변화와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역할을 고민해 본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변화의 흐름과 창업 활성화라는 국민적 바람 때문이다. 기존 규제체계만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묘안을 궁리해야 할 시점이다.

식약처는 새로운 시험을 하고자 한다. 식품안전과 창업 활성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기 위해 최근 고속도로 휴게소에 공유주방을 운영할 수 있도록 규제특례 신청을 허용하였다. 식품 분야 최초의 규제 샌드박스 사례다. 우선 만남의 광장과 안성휴게소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주간에는 기존의 영업자가 운영하고 야간에는 다른 영업자가 운영하게 된다.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 창업자가 별도 시설투자 없이도 꿈을 이룰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뿐 아니라 공유주방을 통해 기존 영업자가 쌓아 놓은 식품안전과 관련한 노하우도 배울 수 있다. 이를 통해 식품안전이라는 사회적 가치 또한 높아진다. 규제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개인을 꿈꾸게 하고 사회 전체의 안전망 향상에도 기여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식약처는 공유주방 ‘운영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교차오염 등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기적으로 위생 점검을 실시해 청년들의 꿈이 좌절되지 않고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줄탁동시’(?啄同時)라는 말이 있다. 스스로 알을 깨뜨리기 위한 병아리의 노력과 바깥에서 알을 깨뜨려주려는 어미 닭의 노력이 합쳐졌을 때 비로소 병아리가 세상의 빛을 보게 된다는 의미이다. 앞으로도 식약처는 국민 건강을 위해 먹거리 안전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지켜나갈 것이다. 식품 안전을 확보하면서도 청년 창업과 같이 또 다른 사회적 가치를 가져올 수 있는 규제 개선 방안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할 것이다. 세상 밖을 꿈꾸며 노력하는 수많은 청춘을 위해 믿음직한 어미 닭이 될 것을 다시 한번 약속한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

ⓒ 세상을 보는 눈, 세계일보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