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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취재일기] 전교조 연가투쟁, 그땐 틀리고 지금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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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윤석만 교육팀 기자


“정권이 바뀌었다고 원칙과 법률 적용이 달라지면 누가 정부를 믿겠나.”

12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의 연가투쟁 소식을 접한 서울의 한 중학교장 A씨의 말이다. 이날 전교조는 1000여명의 교사들이 모여 법외노조 철회를 요구하는 ‘문재인 정부 규탄 전국교사결의대회’를 열었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다수의 교사는 학교에 연가를 내고 집회에 참여했다. 연가투쟁은 일반 집회와 달리 매우 강력한 쟁의 수단이다. 일반 노조와 달리 교사들의 연가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직결돼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교육부의 교원휴가에 관한 예규(4·5조)는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수업일에 연가를 낼 수 있도록 한다. 그 예로 본인이나 가족의 생일, 기일, 질병 등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연가투쟁은 전교조가 일찌감치 예고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육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복무 관리에 신경 써달라는 원론적인 공문만 교육청에 전달했을 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결손에 대한 대책 없이 참가했다면 문제가 되지만 그렇지 않다면 특별한 조치는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사의 연가는 학생들에게 직간접적 피해를 줄 수밖에 없다. 김동석 한국교총 정책본부장은 “수업을 바꿔 연가를 냈다 하더라도 학생 입장에선 혼란이 불가피하다”며 “집회 참여를 연가 사유로 인정하기 시작하면 학생들의 학습권은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이유로 현 정부 출범 이전까지 연가투쟁은 엄격한 제재의 대상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도 마찬가지였다. 2006년 11월 전교조는 성과상여금제도 시행을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고 정부는 연가투쟁 참여 교사를 징계했다. 이에 불복한 교사가 소송을 제기했지만 2008년 법원은 “연가투쟁 집회는 법적으로 허용되는 정당한 단결권의 행사를 벗어난 행위이고, 수업권 침해를 막기 위한 교육부의 연가신청 불허 지시는 부당노동행위로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2015년 3월에는 전교조가 ‘공무원 연금개혁’ 관련 연가투쟁을 예고하자 참여 교사와 이를 허락한 교장에게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특히 공문에는 교사들이 연가투쟁에 참여함으로써 국가공무원법 제66조 1항에서 금지하는 ‘공무 외의 일을 위한 집단행위’에 해당해 사법조치를 받지 않도록 복무 관리에 신경 써 달라는 내용을 명시했다. 한 달 뒤에는 징계를 위해 집회 참가 교사들의 명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때는 ‘틀렸던’ 연가투쟁이 지금은 ‘맞게’ 변한 것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부터였다. 지난해 7월 전교조의 연가투쟁 때도 교육부는 “정권 퇴진 운동처럼 정치적 편향성을 띤 것이 아니면 괜찮다”며 묵인했다.

정부가 뒷짐을 지고 있자 거리로 나선 것은 시민들이다.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벌이던 날, 그로부터 불과 50m 떨어진 곳에선 전국학부모단체연합 회원 100여명이 맞불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학생을 버려두고 거리에 나와 교육과 관계가 먼 투쟁으로 정부를 위협하고 있다”며 전교조를 비판했다.

만일 정부의 원칙이 바뀌지 않았다면 이런 갈등이 생겼을까. 이날 전교조가 연가투쟁을 벌이며 주장한 ‘법외노조 철회’는 학생들의 학습권과 맞바꿀 만큼 교육적인 일이었을까.

윤석만 교육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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