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은 박 장관이 민주주의 국가의 공직자로서 자격이 있는지 의심케 한다. 기자회견은 기자가 국민을 대신해 국민이 궁금해 하는 일을 묻는 자리다. 질의응답을 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기자회견 대신 담화문 발표나 보도자료 배포로 갈음했어야 한다. 기자회견 형식은 고집하면서 질문은 받을 수 없다는 것은 국민의 알 권리를 무시하는 오만한 처사다.
검찰 과거사위 활동에 대해 박 장관이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싶지 않아 하는 이유는 짐작이 간다. 과거사위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사건’에 연루됐다며 수사를 촉구한 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은 과거사위를 상대로 민·형사 소송을 냈다. 박 장관도 과거사위가 ‘장자연 리스트 사건’을 조사할 때, 범죄피해자보호기금을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또 검경 수사권 조정 등으로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에서 질의응답을 하다 자칫 말실수라도 해서 문제를 키우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 같은 상황은 박 장관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과거사위 위원 9명 중 5명을 이념적 방향성이 뚜렷한 단체인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채우고도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결론이 나오기를 기대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게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올 3월 김 전 차관 사건과 장자연 사건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 직후, 법무부는 과거사위 활동 기간을 5월 말까지로 연장했다. 결국 현 상황은 박 장관이 청와대와 보조를 맞추다 벌어진 일이다. 박 장관은 대통령이 임명한 각료이기 이전에 국민의 공복이어서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데 정치적 균형을 지킬 의무가 있다. 이번 일이 뼈아픈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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