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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예금 말고 경영컨설팅도 맡겨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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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8월 신한은행에 편지 한 장이 배달됐다. 수원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김소은(34)씨의 편지였다. 그는 창업 후 어려움을 겪다가 신한은행의 '소호(SOHO) 사관학교'에서 경영 교육을 받은 뒤 매출이 오르는 효과를 봤다고 한다. 소호 사관학교는 신한은행이 2017년 시작한 자영업자 교육 컨설팅 프로그램으로 작년 말까지 200명의 자영업자가 거쳐갔다.

김씨는 편지에서 "직원 관리, 마케팅, 자금 관리 등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어려움이 컸는데 족집게 과외 같은 교육을 받고 난 후 정말 큰 도움이 됐다"면서 "교육을 받는 도중 자금이 필요해 대출 문의를 했더니 담당자가 즉시 카카오톡으로 상담을 해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시중은행들이 돈만 빌려주는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대출받은 고객의 사업이 잘되도록 컨설팅해주는 '경영 자문' 분야로 보폭을 넓히고 있다. "돈뿐 아니라 경영도 은행에 맡겨보라"는 것이다. "돈 빌려주고 이자만 받으면 된다"는 소극적인 영업 방식에서 탈피해 "고객을 성장시켜야 거래 규모가 커지고 이익도 늘어난다"는 적극적인 자세로 바뀐 것이다. 개인 사업자나 중소기업 등에 금융회사의 자금 관리 노하우 등을 전수해 김씨 같은 '충성 고객'으로 만들고, 사업자 대출이나 자문 서비스 수수료 등을 통해 가계 대출 의존도를 낮추는 게 목표다.

"자영업자 잘돼야 은행도 산다"

KB금융지주는 12일 공유 점포 플랫폼 '나누다키친'을 운영하는 ㈜위대한상사와 업무 협약을 맺고, 나누다키친을 통해 창업을 준비하는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그룹 차원의 금융서비스 및 컨설팅을 제공하기로 했다. 외식 사업에 도전하는 창업자들을 육성하는 콘텐츠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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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지역별로 자문 센터를 만드는 은행들도 있다. 우리은행은 서울 종로와 경기도 판교에 창업지원센터를 두고 창업 준비생이나 자영업자에 대해 거래 고객 여부와 상관없이 무료로 컨설팅해준다. 상권 분석, 점포 입지 평가 등이 모두 포함된다. 국민은행도 전국 12개 지역에 '소호 컨설팅 센터'를 만들어 운영 중이다. 2016년부터 최근까지 1600건 이상의 상담을 받았다. 센터에서는 또 7주 동안 자영업자 교육을 해주는 멘토링 스쿨도 운영한다.

NH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은 농업이라는 전문성을 살려 혁신 농업 분야에 대한 대출과 컨설팅을 연계하고 있다. 기술력을 기반으로 스마트팜을 운영하는 농업인들을 위한 '스마트팜 대출' 상품을 별도로 두고, 농장 설계를 지원하거나 성공 사례를 소개해준다.

건물도 대신 매매, 자산관리 서비스

중소기업 대상 자문 서비스도 점점 더 진화하고 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 5월 '100년 기업승계 서비스'를 도입하고 중소기업 고객을 적극 유치하고 있다. 가족 간 분쟁이 생기지 않게 자산 관리 상담을 하고 중견·중소기업의 후계 승계 등을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기업을 외부에 매각하는 것까지 돕는다. 한발 더 나아가 12일 하나은행은 법무법인 율촌과 협약을 맺고 기업 고객이 법률 자문 서비스도 받을 수 있게 하기로 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4월 신한금융투자, 신한BNPP자산운용과 공동으로 법인 자산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 기존에는 법인들이 갖고 있는 자금을 굴릴 수 있게 간접 지원만 했다면 아예 신한금융 직원들이 법인 자산을 직접 굴려주는 쪽으로 서비스를 강화했다.

우리은행은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자산가나 기업 고객이 해외 부동산 거래하는 것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국내 경기 침체 등으로 해외 자산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을 반영한 것이다. 과거 상권 분석 등 정보를 제공하는 것에만 그치는 일이 많았지만 이제는 아예 부동산 구입 자금 마련 방안이나 인수 절차 등까지 코치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작년 별도의 해외 부동산 담당 팀까지 만들어 최근 일본·미국 중심으로 실제 부동산 구입 사례가 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계 대출을 조이려는 금융 당국 방침까지 맞물리면서 수익 낼 곳이 줄어드는 상황이라, 자영업자·중소기업 대상 서비스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면서 "앞으로 성공한 자영업자·중소기업을 누가 더 많이, 잘 만들어내느냐의 싸움이 치열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한국 기자(kore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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