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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9 (수)

적폐수사 밀고 갈 칼이냐, 수사권 조정 떠맡을 적임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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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총장 후보 4명 압축

이번 검찰총장 인사는 집권 중반기에 접어드는 문재인 대통령의 향후 '검찰 구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정권 출범 이후 2년 넘게 이어오고 있는 이른바 '적폐 수사', 검경 수사권 조정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중심으로 한 검찰 개혁 이슈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추천된 후보자 4명은 각자 특징과 개성이 다르다. 문 대통령이 두 가지 이슈 중 어디에 중점을 두느냐에 따라 차기 검찰총장이 누가 되느냐가 결정될 전망이다.

법조계의 가장 큰 관심은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총장이 되느냐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초기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을 하다가 법무부 등과 마찰을 빚어 고검으로 좌천됐다. 이후 '최순실 특검' 수사팀장을 맡았고, 현 정부 출범 직후 검사장으로 승진하면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됐다. 현 정권은 고검장급이 가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검장급으로 내리면서까지 그를 그 자리에 임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그만큼 문 대통령의 신임이 두텁다는 의미"라며 "윤 지검장이 총장이 되느냐 마느냐가 이번 인사의 최대 관전 포인트"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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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정부 과천청사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추천위원회 회의에서 정상명(왼쪽 줄 가운데) 위원장의 모두 발언이 끝나자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 법무부 관계자(앞)가 회의장 문을 닫고 있다. /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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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일각에서도 그가 총장에 전격 임명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윤 지검장을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을 때부터 총장 후보로 마음에 뒀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윤 지검장이 총장이 된다면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1988년 이후 고검장을 거치지 않고 총장으로 직행한 첫 사례가 된다.

윤 지검장은 국정 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수사까지 이른바 적폐 수사를 진두지휘해왔다. 그가 총장이 되면 문 대통령이 검찰을 '칼'로 활용하며 적폐 수사를 이어가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전직 검찰 고위 간부는 "현 정부가 지지율을 떠받치는 목적으로 검찰 수사를 이용하기 위해 윤 지검장을 총장에 임명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윤 지검장은 대검 중수부 1·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등을 지냈다. 노무현 정권 때 대검 중수부 연구관으로 대선 자금 수사에 참여했고, 2006년엔 현대차 비자금 사건 수사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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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법시험에 늦게 합격해 후보자 중 나이(59)는 가장 많지만 사법연수원 기수(23기)로는 가장 후배다. 문무일(18기) 검찰총장보다 연수원 5년 후배다. 후배가 검찰총장이 되면 동기와 선배 기수들이 물러나는 검찰 관행에 따라 그가 총장이 될 경우 연수원 19~23기 고검장·지검장들이 줄줄이 사퇴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정권이 검찰총장을 '내 편'으로 채웠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고, 그가 무리한 수사를 했다는 우려가 검찰 안팎에서 나오는 점 등이 청와대로선 부담일 수 있다.

문 대통령이 김오수 법무부 차관을 검찰총장으로 낙점한다면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는 후보자 중 현 정부의 수사권 조정 방향에 대해 가장 유연한 입장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와 동향(전남 영광)으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서울북부지검장 등을 지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던 2009년 대우조선해양 납품 비리, 효성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 사건 등을 수사했다. 지난해 4월 금융감독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다. 문 총장과 같은 호남 출신이란 점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지역 편중 인사'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 조직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봉욱 대검 차장을 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봉 차장은 4명 중 연수원 기수(19기)로는 가장 선배다. 그가 총장이 된다고 해도 검찰 조직을 떠날 간부들이 적어 인사 요인이 그만큼 줄어든다. 검찰 후배들과의 관계도 두루 원만해 조직 안정의 최적임자로 꼽힌다. 대검 공안기획관, 울산지검장 등을 거쳤다. 2010~2011년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로 있으면서 한화그룹과 태광그룹 비자금 사건 수사를 지휘했다.

이금로 수원고검장은 현 정부 출범 후 첫 법무부 차관을 지냈다. 검찰 개혁에 대한 정부 철학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과거 국회에 파견검사로 가 있으면서 의원들과도 원만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난 3월 초대 수원고검장이 됐다. 2016년엔 '진경준 검사 주식 대박 사건'의 특임검사를 맡아 진 전 검사장을 구속했다. 다만 현 정권의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선 비판적인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주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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