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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커피 한잔 값으로 건물주… 대중화되는 리츠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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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침체에 간접 소액투자 붐
한국일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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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박모(43)씨는 올 1월 A리츠에 여윳돈 1,000만원을 투자했다. 코스피에 상장돼 있어 투자하기 쉽고 배당 수익률도 연 7%에 달하기 때문이다. 투자 당시 주당 4,700원선이던 주가는 5,900원대로 올랐다. 박씨는 “저금리에 기업 실적도 부진한 상황에서 안정적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적은 돈으로 건물주가 된 기분도 느낄 수 있다”라며 “금리가 하락한다면 몸값이 더 높아질 걸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강도 대출 규제와 세금 부담으로 부동산 매매 시장이 침체기를 겪자 개인투자자들이 간접투자 방식인 부동산투자신탁회사(REITsㆍ리츠)로 눈을 돌리고 있다. 리츠는 투자금을 모아 빌딩, 호텔, 상업시설 등에 투자하는 일종의 ‘부동산 공동구매’ 상품이다. 투자자는 임대수익이나 개발수익을 배당 등으로 돌려받는다. 과거 리츠는 사모투자 위주여서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상장, 신탁 등의 형태로 공모투자 기회가 확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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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직접투자와 간접투자의 차이/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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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도별 리츠 수 및 자산규모/김경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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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값으로 부동산 투자 가능

리츠 시장은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 13일 상가정보연구소에 따르면 리츠 수는 이달 기준 231개(공모 13개, 사모 218개)로 2015년(125개)과 비교해 84% 급증했다. 자산 규모는 같은 기간 26조원 늘어 44조원에 달한다.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부동산 침체기가 계속되면서 부동산을 직접 관리하지 않고도 꾸준한 투자 수익을 낼 수 있는 리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모 리츠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엔 대형 공모리츠인 이리츠코크렙(작년 6월 상장)과 신한알파리츠(작년 8월 상장)가 코스피에 상장했다. 현재 상장된 리츠는 모두투어리츠, 케이탑리츠, 에이리츠를 포함해 모두 5곳이다. 특정금전신탁 형태의 공모 리츠는 은행이나 자산운용사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상장 리츠는 대부분 주당 가격이 3,000~6,000원 수준이다. 커피 한잔 값으로도 ‘건물주’가 될 수 있는 셈이다 보니 개인들의 소액 투자가 급증하고 있다. 이랜드리테일이 운영해 뉴코아아울렛에 투자하는 이리츠코크렙의 경우 공모 당시 761명이던 개인투자자 수가 6개월 뒤인 지난해 말 2,217명으로 3배가량 늘었다. 경기 성남시 판교 알파돔시티와 서울 용산구 더프라임타워 등에 투자하는 신한알파리츠의 개인투자자 역시 공모 당시 4,749명에서 연말 5,484명으로 13.4% 늘었다. 이 리츠에 500만원 이하를 투자한 개인 비율은 전체 투자자의 25.7%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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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리츠 주가변동_신동준 기자/2019-06-13(한국일보)


◇증시 부진에도 수익률 꿋꿋

리츠는 수익률도 양호하다. 국토교통부와 증권회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장된 리츠 2곳은 하반기 코스피 2,000선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일정한 주가를 유지하면서 5.6~7%의 배당 수익을 냈다. 올해 들어서도 미중 무역분쟁 등에 따른 증시 동요에도 이리츠코크렙이 최근 신고가를 경신하고 에이리츠와 신한알파리츠는 연초 대비 각각 21%, 15% 상승했다.

정부도 리츠 시장 성장을 반기고 있다. 1,100조원의 막대한 시중자금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리츠가 활성화할 경우 주택 직접투자 수요가 빌딩 등 수익성 부동산으로 이동해 집값 과열을 막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국토부는 올 초 리츠 상장 절차 간소화 계획과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장 리츠의 안정적 성장으로 국민소득이 증가하고 투자 부동산 시장의 저변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리츠가 구입한 건물에 공실이 발생하거나 금리가 오르면 투자 수익률이 떨어지는 점 등을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고준석 동국대 겸임교수는 “투자 전에 해당 리츠가 투자하는 건물의 상권과 임차인 면면을 살펴봐야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누가 리츠를 만들고 운영하느냐에 따라 수익률과 배당률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부동산과 금융 전문가가 두루 운영진에 포함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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