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9 (일)

[단독] 에듀파인 접속만 수십분... 뿔난 사립유치원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내년 3월 전체 사립유치원 도입 앞두고

도입 현장에선 “준비 안 된 시스템” 원성
한국일보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유치원ㆍ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특별위원회 회의에서 교육 당국 관계자가 국가관리회계시스템(에듀파인) 시연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 번 접속하는 데 길게는 수십 분이 걸리고, 보안 때문에 일정 시간이 지나면 다시 접속해야 하는데 다른 업무를 하나도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도권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

올해 3월부터 대형 사립유치원에 도입되고 있는 국가관리회계시스템 ‘에듀파인’ 접속이 어렵고, 각종 오류가 발생하면서 현장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경우 문재인 정부의 ‘유아교육 공공성 강화 기조’에 흡집이 날 가능성이 높다. 최근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소속으로 추정되는 사립 유치원 원장들이 에듀파인 사용을 의무화한 교육부령에 대해 무효소송을 낸데 이어, 에듀파인 도입에 협조적이었던 한국사립유치원협의회(한사협)마저 “준비 안 된 시스템”이란 불만을 표시하면서 내년부터 전체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도입하기로 한 정부 계획에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한사협과 교육부에 따르면 한사협은 지난 4월과 지난달 21일 교육부에 ‘에듀파인 문제점 해결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을 제안하는 공문을 보냈다. 한사협은 공문에서 “현재와 같은 장비, 인력 등 지원으로는 2020년 전국 사립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전면 도입하는 데 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이 문제를 해결할 TF 구성을 요구했다. 지난해말 한유총에서 탈퇴한 온건파가 설립한 한사협은 에듀파인 도입에 협조해왔다. 박영란 한사협 공동대표는 “회계 투명성을 위해 에듀파인을 안착시켜야 한다는 입장엔 변화가 없지만 시스템 간소화 등 대책이 시급하다”며 TF 제안 배경을 밝혔다.

현장에서는 에듀파인 실행을 위한 기본적인 네트워크마저도 사립유치원에 마련돼 있지 않다고 주장한다. 에듀파인 프로그램을 이용하기 위해선 보안 유지를 위해 원격업무지원시스템(EVPN) 등 특수 네트워크가 필요한데, 기존 사립유치원들의 인터넷 환경으로는 프로그램 접속조차 쉽지 않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세입과 세출항목을 기입하는 건 고사하고 프로그램 접속 자체가 안 될 때가 많아 컴퓨터를 집어 던지고 싶은 순간도 있었다”고 토로했다. 생소한 회계용어와 시스템에 대한 교육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교육부는 에듀파인 사용에 익숙한 초ㆍ중학교 행정직원과 전문강사 등 600명으로 연수를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장에선 “유치원교사들이 새 회계 시스템을 익히는 데 한계가 있다”는 반응이다. 한 사립유치원 관계자는 “ ‘순세계잉여금’등 세무사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알기 힘든 용어들이 나와 기본 개념부터 공부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누구나 2시간 정도 교육만 받으면 사용이 가능하다”고 밝힌 데 대해 한사협 관계자는 “실제로 해보지 않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얘기”라고 했다.

교육부는 앞서 올해 1단계 의무 도입대상(원아 200명 이상) 570개원 중 568개원(99.6%)이 참여해 “사실상 도입률 100% 달성했다”고 홍보하며 “내년부터 모든 사립유치원에 에듀파인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에듀파인 도입에 협조적이던 한사협에서도 불만이 나오자 고심이 깊어졌다. 교육부 사립유치원공공성강화지원팀 관계자는 “조만간 KT 등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에 품질 개선 요청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교육부 차원의 지원 및 협조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