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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필요하다” vs “소용없다”…학원 휴일휴무제 둘러싼 논란 재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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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쉼없이 이어지는 학습 부담을 상징하는 쳇바퀴를 학생이 걷고 있다. '학원 휴일무제'의 도입을 주장하는 시민단체들이 마련한 퍼포먼스다.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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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일은 물론 주말까지 학교·학원 다니느라 지쳐 있는 아이를 보면 일주일에 하루라도 쉬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그동안 다른 애들이 더 공부할 거라고 생각하며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게 사실입니다. 차라리 일요일에 모든 학원이 운영을 안 하면 이런 불안감이 줄어들지 않을까요.”(고3 딸을 둔 이모씨·52·서울 영등포구)

“대입 경쟁이 지금처럼 치열하면 모든 학원이 문을 닫아도 사교육은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학원이 휴일에 쉬면 과외를 시켜야 하므로 사교육비 부담만 더 커질 것 같습니다.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네요.”(고1 아들을 둔 김모씨·48·서울 강남구)

서울시교육청이 최근 학원 휴일휴무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학부모 사이에서도 실효성에 대한 의견이 엇갈린다. 주말에라도 쉬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 있는 반면, 입시경쟁 등을 그대로 두고 학원의 휴일 영업만 제한해서는 사교육 감소 효과가 없을 거라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연구정보원 산하 교육정책연구소에 학원 휴일휴무제 타당성 연구용역을 발주했다고 13일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6월 중에 연구자 모집을 위한 공모를 낼 예정”이라며 “올해 안에 연구를 마무리 짓고 내년에 법제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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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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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휴일휴무제는 학원·교습소가 공휴일에 반드시 휴무하도록 하는 제도다. 청소년의 과도한 학습을 막고 건강을 보호하자는 취지다. 진보교육계에서 오래전부터 주장해온 것으로 조희연 교육감이 2014년 첫 교육감에 도전할 때 선거공약으로 제시했던 내용이기도 하다. 진보성향의 시도교육감들은 대부분 학원 휴일휴무제 도입에 찬성한다.

학원 휴일휴무제에 찬성하는 측은 청소년들이 ‘월화수목금금금’식으로 학교와 학원만 오가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고 삶의 만족도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2017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발표에 따르면 한국 학생들의 삶에 대한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6.36점으로 회원국(72개국) 가운데 최하위 수준이었다. 한국보다 낮은 국가는 6.12점을 받은 터키가 유일했다.

실제 학원 휴일휴무제에 찬성하는 사람도 많다. 서울시의회가 2017년 한국사회여론연구소를 통해 19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66.7%가 학원 휴일휴무제를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초1 자녀를 둔 김모(36·서울 송파구)씨는 “언제까지 우리 애들을 사교육 지옥으로 내몰아야 하냐”며 “하루아침에 달라지진 않겠지만,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학원 휴일휴무제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2008년 제정된 ‘서울시 심야 교습 금지 조례’처럼 유명무실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조례에 따르면 서울지역 초중고 대상 학원과 과외 교습시간은 오전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다. 하지만 실제로 학원 창문을 가려놓고 새벽까지 수업하거나 학원이 아닌 ‘프리미엄 독서실’에서 수업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3 자녀를 둔 한 학부모는 “휴일에 학원이 쉬면 과외를 시키거나 편법을 이용해 학원수업을 듣게 할 수밖에 없다”며 “왜 아이들이 공부하기 위해 불법을 저질러야 하는 상황을 만드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해했다.

전민희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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