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우산 혁명' 때보다 2배 많은 최루탄 발사…부상자 81명 달해
행정장관 "아이 말 듣다간 아이 망친다" 발언에 비난 서명 3만 명
시위대와 바로 앞에서 충돌하는 홍콩 경찰 |
(홍콩=연합뉴스) 안승섭 특파원 = 12일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에 대한 홍콩 경찰의 강경 진압과 홍콩 행정 수반인 캐리람(林鄭月娥) 행정장관의 '부적절' 발언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은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12일 입법회 주변 시위 진압 과정을 설명하고 시위 진압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12일 수만 명의 홍콩 시민이 입법회 건물 주변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저지 시위를 벌이자 경찰은 최루탄, 고무탄, 물대포 등을 동원해 강경 진압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수십 명의 부상자가 속출했다.
특히 홍콩 경찰은 살상력은 낮지만, 알갱이가 든 주머니 탄으로 타박상을 입힐 수 있는 '빈백건(bean bag gun)'까지 사용했다. 홍콩 역사상 경찰이 시위 진압에 고무탄과 빈백건을 사용한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로 처장에 따르면 경찰은 12일 시위 진압 과정에서 최루탄 150발, 빈백건 20발 그리고 여러 발의 고무탄을 발사했다.
이는 2014년 홍콩 행정장관 직선제 등을 요구하며 79일 동안 벌인 대규모 도심 시위인 '우산 혁명'을 해산시킬 당시 사용했던 최루탄 87발의 두 배 가까운 양이다.
로 처장은 "과잉진압을 한 것은 아니며, 해외에서 시위 진압 때 사용되는 수단을 썼을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시위 진압 과정에서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홍콩 각계의 비난 여론이 들끓고 있다.
홍콩 보건당국에 따르면 15∼66세 연령의 남성 57명, 여성 24명 등 총 81명이 시위 도중 다쳤다. 대부분 퇴원했지만 5명은 아직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이에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대학교수 등 명망 있는 인사들까지 나서 "대학생과 젊은이들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최루탄, 고무탄 등을 발사한 것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강력하게 비난했다.
12일 시위 때 홍콩 경찰은 시위 현장을 취재하는 기자들에게까지 최루액을 뿌리고 욕설을 하면서 사진 촬영을 제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콩 기자들의 피해 사례는 15건에 달한다.
이에 로 처장의 기자회견에 홍콩 기자들은 헬멧과 방독면을 쓴 모습으로 나타나 그의 사과를 요구했고, 로 처장은 사과의 뜻을 나타냈다.
홍콩 경찰은 12일 시위 참여자 중 11명을 체포했는데, 여기에는 대학생 2명과 교사 1명도 포함됐다.
특히 홍콩 경찰은 오른쪽 눈을 다쳐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던 이 교사를 체포해 끌고 가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경찰은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다른 시위 참여자 2명도 함께 체포했다.
온라인에는 홍콩 경찰 여러 명이 시위대 한 명을 바닥에 쓰러뜨려 마구 구타하는 모습, 시위대를 부른 후 얼굴에 최루액을 뿌리는 모습, 시위대가 눈을 다쳐 피를 흘리는 모습 등을 찍은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와 전 세계에 알려졌다.
경찰 물대포를 맞고 있는 홍콩 시위대 |
캐리 람 행정장관의 '부적절' 발언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12일 홍콩 TVB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범죄인 인도 법안 추진의 정당성을 역설하면서 '어머니론'을 늘어놓았다.
그는 "나는 두 아들을 둔 엄마"라며 "내 아들이 공부하기 싫다거나 제멋대로 행동하고 싶어 할 때 이를 놔두면 단기적으로는 괜찮겠지만, 버릇없는 행동을 방치할 경우 아이가 커서 '왜 그때 꾸짖지 않았느냐'고 말할 것"이라고 밝혔다.
범죄인 인도 법안을 반대하는 홍콩 시민을 '버릇없는 아이'에 비유한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발언에 여론의 거센 비난이 쏟아졌다.
온라인에서는 캐리 람 행정장관의 발언을 비판하는 서명 운동이 벌어졌고, 전날 하루에만 무려 3만 명이 서명했다.
서명 운동을 주도한 차이위핑은 "홍콩 행정장관은 시민의 어머니가 아니라 시민의 '공복(公僕)'"이라며 "젊은이들은 독립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그의 봉건사상을 버려야 할 것"이라고 일침을 놓았다.
캐리 람 행정장관에 대한 비난 여론을 보여주듯 그가 행정장관으로 선출될 당시 선거운동본부 대변인으로 일했던 측근 타이킨만마저 나서 범죄인 인도 법안의 철회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ss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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