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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9 (수)

이슈 고 장자연 사건

“윤지오, 검찰과거사위 ‘입맛’ 맞는 진술한 것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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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인 윤지오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 주제 토론

세계일보

‘고(故) 장자연 사건’의 증언자인 배우 윤지오씨가 윤씨가 최근 사기나 명예훼손 등 혐의로 잇따라 피소·피고발된 데 이어 검찰과거사위원회의 ‘입맛’에 맞는 진술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윤씨는 지난 4월 출국해 현재 캐나다에 머무르고 있다.

신민영 변호사는 14일 오전 MBC라디오 ‘심인보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사실 과거사위가 (장자연 사건 재조사에) 들어가면서 법적으로 가장 큰 걸림돌이 공소시효였다”며 “그런데 윤씨가 마약·약물 얘기를 하면서 공소시효가 긴 특수강간죄를 적용할 여지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신 변호사는 “과거사위 조사 또는 수사를 계속 하기 위해서 윤씨가 입맛에 맞는 진술을 한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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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씨가 ‘장자연 리스트’ 봤다는 증거 없다”

이날 ‘증인 윤지오가 우리 사회에 남긴 것들’이라는 주제를 발제한 노영희 변호사는 “모든 것(윤씨를 둘러싼 의혹들과 고소·고발전 등)들을 정리하면서, 장자연 사건이 결국 실체적 진실관계를 밝히지 못하고 과거사위에서 종결되면서 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 발제를 하게 됐다”고 취지를 밝혔다. 진행자인 심인보 뉴스타파 기자는 윤씨의 핵심 진술로 ‘장자연 리스트’와 ‘약물 성폭행’ 두 가지를 꼽았다.

신 변호사의 발언은 윤씨의 약물 성폭행 증언과 관련해 나왔다. 이에 심 기자는 “진상조사단 입장에서는 공소시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을 때 그런 증언이 나왔기 때문에 증언에 매달리고 싶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진영 변호사는 “(윤씨의) 주장이 나온 시점이 ‘버닝썬 사건’이 불거진 다음”이라며 “확정적으로 얘기한 것도 아니고 ‘그랬던 것 같다’고 했는데 진상조사단이 곤혹스러웠을 것”이라고 했다.

윤씨의 장자연 리스트 관련 증언에 대해 신 변호사는 과거사위 발표를 언급하며 “윤씨가 (장자연 리스트를) 봤는지 안 봤는지 불분명한 측면이 있다”며 “그 내용에 과연 윤씨가 얘기하는 것처럼 성 착취라든지 이런 게 있었는지 없었는지 불분명하다는 게 결론”이라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유서를 놓고 유족 측과 윤씨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는데 윤씨가 그걸(장자연 리스트를) 봤다는 증거가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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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씨 후원자들의 '후원금 관련 손해배상청구소송' 대리인 최나리 변호사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1차 소장 접수에 앞서 입장을 전하고 있다.


◆이어지는 민·형사 고소·고발… 홍준표 측도

윤씨는 각종 민·형사 소송에 휩싸여 있다. 윤씨의 자서전 출간을 도운 김수민 작가는 윤씨 증언의 신빙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를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소했다. 김 작가의 법률대리인 박훈 변호사도 윤씨를 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윤씨에게 후원금을 보냈던 439명은 서울중앙지법에 윤씨를 상대로 후원금 반환 소송을 냈다. 청구된 금액은 후원금에 위자료 등을 더해 3000만원가량이다.

국회의원 출신인 박민식 변호사는 최근 윤씨를 범죄피해자보호기금법 위반과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박 변호사는 “정부가 윤씨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 호텔 숙박비 등을 대신 부담한 건 부적절했다”고 주장하며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민갑룡 경찰청장도 함께 고발했다. 윤씨는 또 장자연 리스트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이름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가 홍 전 대표 측으로부터 고발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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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8일 국회 소회의실에서 열린 ‘장자연 증언자, 윤지오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윤지오 씨가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민주당 정춘숙·이학영·안민석 의원, 윤 씨, 정의당 추혜선·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연합


◆“언론도 문제…장자연 사건 진실은 어디에”

이날 토론자들은 윤씨를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언론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장 변호사는 “윤씨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를 처음 한 게 저와 가까운 친구”라며 “윤씨가 교통사고를 두 번이나 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올린 사진이 사실 윤씨가 캐나다에서 당한 사고의 상대 차량 사진이었던 걸 밝혀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런데 당시에 언론에 제보했는데, 아무도 못 썼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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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오씨 뉴스 출연 장면.


장 변호사는 “그러다 한 언론에서 윤씨의 신빙성에 대해 한 번 쓰니까 그 다음부터 아주 물밀듯이 기사가 나왔다”며 “이런 류의 사회 분위기가 이 사건을 굉장히 키우고 왜곡시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심 기자는 “굉장히 중요한 증인이기 때문에 이 사람의 증언을 체크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수 있다”고 했다. 신 변호사는 포털을 중심으로 한 ‘검색어 장사’ 문제에 책임이 있다고 했다.

‘오늘의 한마디’로 ‘판단유보가 필요한 때’를 꼽은 장 변호사는 “너무 성급한 판단들을 하고 그로 인한 오류에 빠지는 현상이 자꾸 반복되기 때문에 사실 확인을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야 하고 그때까지는 판단을 유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진실은 평양냉면’이라고 쓴 신 변호사는 “뉴스를 볼 때 너무 자극적인 것에 끌리지 말고 그 뒤에 있는 맹맹한 것, 그런 것에 좀 익숙해졌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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