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학 전문가, 4살 아이 몇분만에 쉽게 제압할 수 있어
남편 "얼굴 주변에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있었다"
경찰 "타살, 과실치사, 등 모든 가능성 수사"
지난 7일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제주동부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진술녹화실로 이동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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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한승곤 기자] 전남편을 살해한 고유정(36)이 현남편으로부터 의붓아들(4) 살해 혐의로 고소당한 가운데 당시 사건과 고유정의 범죄 개연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고 씨는 전남편 살해 당시 수면제 졸피뎀을 이용해 피해자가 정신이 없을 때 살해했는데,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되기 전 고 씨가 수면제를 처방받은 사실이 알려졌다.
또한, 남편 진술에 따르면 아들은 사망 당일 고 씨가 준 음료를 마시고 잠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숨진 채 발견된 아들은 남편 진술에 따르면 피를 흘린 채 엎드린 채 발견됐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전남편 살해 수법과 같거나 비슷한 범행 수법으로 의붓아들도 고유정이 살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쏟아지고 있다.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하 국과수) 부검에서는 '질식사로 추정된다'는 소견이 나왔다. 외상, 장기 손상, 약물, 독극물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
부검 경력이 많은 법의학 전문가는 외상이 없는 상태서 질식사로 숨진 채 발견될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히 있다고 강조했다.
또 범죄심리전문가는 남편의 진술은 고유정의 의붓아들 사망 사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해당 사건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전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36)이 지난달 29일 오후 3시 30분께 인천의 한 가게에 들른 모습.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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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정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제주 친가에서 지내던 B 군은 지난 2월28일 청주에 있는 고 씨 자택으로 올라왔다.
친부 A 씨가 고유정과 함께 양육할 목적이었다. 경찰에 따르면 고유정도 현남편의 의붓아들 공동 양육에 대해 동의를 했다.
하지만 B 군은 돌연 3월2일 오전 10시1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소방당국이 출동했을 때 B군은 이미 의식과 호흡이 없는 상태였다. 남편에 따르면 발견 당시 B 군은 얼굴 주변에 피를 흘린 채 엎드려 있었다.
고유정은 아이와 다른 방에서 잤기 때문에 자신은 B 군 사망과 무관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고유정은 "다른 방에서 자느라 어떻게 죽었는지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이후 고 씨는 아들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않아 A 씨와 관계는 상당히 나빴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다 지난 5월25일 전남편 강모(36)씨를 잔혹하게 살해한 뒤 시신을 훼손·유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남편 A 씨는 전날(13일) 고유정을 아들 살해 혐의로 제주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고유정이 아들을 살해한 것으로 의심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남편은 경찰 조사에서 "아들이 사망한 당일 고유정이 준 음료를 마시고 졸음이 쏟아졌다"는 취지로 진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 남편을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유기한 혐의로 구속된 고유정씨가 범행 사흘 전인 지난달 22일 오후 11시께 제주시내 한 마트에서 흉기와 청소용품을 사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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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학 전문가는 외상이 없고 질식사한 4살 아이 상태에 대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빈(73) 가천대 법의학과 석좌교수는 "보통 일반 성인은 4살 아이를 상대로 아이를 쉽게 제압할 수 있다"면서 "마음만 먹으면 보통 4~5분이면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국과수에서 '외상'이 없다고 한 것에 대해서는 "외상은 서로 힘이 비슷할 때 발생할 수 있다. 가해자의 공격을 방어할 때 생기는 방어흔 역시 이런 이치다"라면서 "다만 한 쪽 힘이 월등히 강하면 이런 방어흔은 물론 외상이 생길 수 있는 여지가 현저히 줄어든다. 이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예컨대 힘이 강한 상대방이 4살 아이를 제압하기는 쉽다. 질식사의 경우 이불이나 베개로 호흡기를 막는다면 당하는 처지에서는 꼼짝 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또 '질식사'라는 국과수 소견에 대해서는 "질식사에 대한 여러 종류가 있다. 이 질식사 종류를 들여다봐야 당시 아들이 숨진 과정 등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남편 진술은 내용은 현재 의붓아들 의문사 사건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진술이다"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서 고 씨에 대해 경계선 성격장애가 있을 수 있다면서 "경계선 성격장애 같은 경우 굉장히 우울감 등 감정 기복이 심하다.이 때문에 충동을 잘 조절을 못 한다"고 분석했다.
독극물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국과수 부검 결과에 대해서는 "부검 결과, 기준 등에 따라서 검출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추론했다.
한편 경찰은 현 남편 A 씨의 몸에서 졸피뎀 성분 등이 검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고유정과 2017년 재혼한 A 씨의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맡겼고, 졸피뎀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했다.
앞서 일각에서는 고유정이 남편 A씨에게 졸피뎀을 몰래 먹인 뒤 B군을 숨지게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재 경찰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B군이 살해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 "타살, 과실치사, 자연사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승곤 기자 hs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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