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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자고나면 극악범죄…다시 여론법정 오른 `사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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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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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쌍한 우리 형님을 찾아 주시고, 살인범 고유정의 사형을 청원합니다." 지난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이 같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제주도 전남편 살인사건 피해자의 유족이라고 밝힌 청원인은 "죽음을 넘어 온전한 시신을 수습할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무기징역도 가볍다. 법정 최고형인 사형 선고로 법의 준엄함을 보여 달라"며 "대한민국의 법이 가해자의 편이 아닌 피해자의 편이길 간절히 소망한다"고 호소했다. 해당 글은 일주일 만인 14일 오후 3시 기준 14만4000여 명의 동의를 받았다.

최근 고유정 사건과 진주 아파트 방화·살인 사건 등 흉악범죄가 잇달아 신문에 오르내리면서 사형제 폐지를 두고 다시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생명권을 중시하는 주장과 국민 법감정상 폐지는 어렵다는 주장이 맞서는 가운데 사형 집행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4일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법무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들은 지난 2월 인권위에 '사형 폐지를 위한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2 선택의정서' 가입 권고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답변을 보냈다. 정부는 "국민 여론과 법감정, 국내외 상황 등 종합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므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취지의 불수용 의사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사형제 폐지를 내걸었으나 당장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한 셈이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부에 사형제 폐지와 대체 형벌 제도 도입 재권고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인권위가 정부에 권고한 국제의정서는 사형집행 중지 의무 및 폐지 절차 마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미가입 국가는 한국 미국 일본 이스라엘뿐이다.

우리나라는 형법 41조에서 형벌의 종류에 법정 최고형으로 사형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은 1997년 12월 30일 23명에 대한 사형 집행 이후 2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국제앰네스티 기준에 따라 실질적 사형 폐지 국가(10년 이상 기결수 사형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국가)로 분류된다. 다만 완전한 사형 폐지 국가는 아니므로 사형 선고를 받은 사형수는 언제라도 사형이 집행될 수 있다.

사형 다음으로 최고 수준의 형벌은 징역형으로 유기징역은 1개월에서 30년 이하가 원칙이지만 가중하면 50년까지 선고될 수 있다. 무기징역은 20년 복역 후 가석방 여부를 심사할 수 있다.

사형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법원의 오판 가능성이 있고, 사형제가 헌법상 생명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한영수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판의 가능성이 있는 사형은 한번 집행하면 생명을 앗아가기 때문에 회복할 수 없고, 국가가 국민의 생명을 앗아갈 권한이 있느냐는 윤리적인 문제도 있다"며 "무기징역보다 가석방 기준을 까다롭게 하는 종신형을 도입해 사형이 가진 범죄 억제 효과를 대체할 수 있다"고 했다.

사형제 유지에 찬성하는 이재교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사형 오판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오판이 있다면 줄여서 보완해 나가려고 노력하면 된다"며 "한 해 500여 명이 살인죄로 목숨을 잃는데 사형 선고는 1건 내려진다"고 반박했다. 이 교수는 "무기징역형은 어떤 경우에도 내 목숨은 보장된다는 인식이 있으므로 사형제도는 살인죄 예방에 있어 상징적으로 의미가 크다"고 했다.

잔혹한 범죄가 연이어 발생하자 사형 집행을 요구하는 여론 또한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사형제도 부활을 요청하는 글이 올해에만 80여 건 올라왔다. 헌법재판소에서 진행 중인 사형제도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에도 관심이 쏠린다. 지난 2월 한국천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사형제도폐지소위원회는 사형제도에 대해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사형제가 헌재 판단을 받는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1996년과 2010년에 헌재는 사형제도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다.

한편 스토킹 끝에 전처를 살해한 남성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14일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오석준)는 김 모씨(50)의 살인 등 혐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김씨의 딸이 진술한 내용 등을 살펴본 결과 1심 양형 판단이 적정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김씨는 지난해 10월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의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부인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 등을 받고 있다.

김씨 딸들은 사건 직후인 지난해 10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를 사형시켜 달라'는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은 21만4306명의 동의를 받았다. 이날 피해자의 어머니도 방청석에서 김씨를 향해 욕설을 내뱉으며 선고 직후 법정에서 나와 "사형을 시켜야 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신혜림 기자 / 진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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