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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유기동물 거뒀다가 병원비 폭탄..구조 맡은 지자체는 일손 태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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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구조하면 비용 모두 부담..서울시 시범운영 응급센터 유일


#. 지난 주말 서울에 사는 오모씨(38)는 잠실의 한 아스팔트 길에서 새끼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다. 주위에 어미 고양이가 보이지 않았고 며칠은 굶은 것처럼 보여 근처의 동물병원으로 급히 데려갔다. 하지만 '유기동물은 진료하지 않는다'며 몇 군데에서 진료를 거절당했다. 결국 수소문 끝에 차로 30여분 떨어진 자양동에 있는 병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그런데 진료를 마치고 난처한 상황이 일어났다. 검사비로 120여만원의 금액이 청구된 것이다. 동물을 처음 구조해 본 오씨는 "동물병원비가 그렇게 많이 청구될 줄 몰랐다"며 "생사의 기로에 놓인 유기동물을 구해도 구조자 개인이 비용을 100%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니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서울지역을 배회하는 길고양이는 10만여 마리인 것으로 추정된다.

14일 서울시에 따르면 길고양이의 경우 평균 3년을 살고 그 사이 20~30 마리를 낳는다. 주로 4월부터 6월 사이에 출산을 한다. 출산 후 3개월 내에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새끼 고양이는 도태된다. 이 때문에 봄부터 7월까지 응급상황에 처한 어린 동물들이 많아지고 이 과정에서 사람의 구조를 받는 사례도 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도 불구,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인이 유기동물을 응급구조할 경우 구조의 비용과 책임이 모두 개인에게 전가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응급구조 지자체 전담…인력 부족

유기동물의 구조와 치료는 지방자치단체가 전담을 하고 있다. 소방당국의 경우 지난해 4월 출동 기준이 변경되면서 동물구조 업무를 하지 않는다. 전국에 지자체가 관할하는 동물보호시설은 293곳, 사설 보호시설은 150여 곳으로 추정된다.

지자체가 관할하는 시설 중 상당수는 불과 한명의 유기동물 구조 담당자를 두고 있다. 이 담당자는 구조뿐만 아니라 방역, 동물업종 인허가, 동물등록 등의 업무를 병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유기동물의 신속한 응급구조를 위해서는 시민의 자발적 구조 및 접수에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인도적 차원에서 동물이 고통에 처했을 때 소유자의 유무와 상관없이 기본적인 처치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응급 상황에 있는 동물을 민간이 구조할 경우, 비용을 지원하는 제도적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선진국의 경우 유기동물이나 부상동물을 보호하는 행정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며 "(우리나라는) 동물복지수준에 비해 제도적인 부분이 미비해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울시, 응급의료센터 시범 운영

우리나라의 경우 서울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유기동물응급의료센터를 개소하면서 유기동물 응급구조 및 치료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가 '동물공존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서울대 수의학과와 함께 '유기동물응급의료센터'를 개소, 지난 4월 3일부터 시범운영에 돌입했다. 24시간 운영되는 이 센터는 서울시가 지정한 30여개 동물보호센터를 통해 구조된 유기동물이나 응급구조 신고가 접수된 동물들을 선별해 무료 치료를 시행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023년까지 응급구조기관을 2곳으로 늘릴 목표를 세우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응급상황에 놓인 유기동물에 대한 이송, 네트워크 시스템 및 격리 보호시설 구축 등이 아직은 미비하다"며 "유기동물응급의료센터 1곳으로는 유기동물 응급처치에 한계가 있어 앞으로 더 많은 예산 확대가 필요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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