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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토요워치] '新三多'의 역습···신음하는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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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객 느는데 인프라는 부족

쓰레기배출량 전국 평균 넘고

인구 유입 증가로 유기견 급증

영업용차 늘어 교통난 악화일로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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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지난 3일 찾은 제주 봉개동 북부광역환경관리센터 입구에는 노란색 쓰레기수거차량 20대가량이 줄지어 서 있었다. 소각장 처리 용량이 포화상태에 달하면서 불에 태울 쓰레기를 부려놓을 공간이 날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다. 2004년 문을 연 북부소각장은 하루 200톤의 가연성 쓰레기를 태울 수 있도록 지어졌지만 노후화해 현재 처리용량은 140톤에 그친다. 반면 하루 230여톤이 반입되면서 제때 소각하지 못하는 90톤의 쓰레기를 매일 압축 포장해 쌓아둬야 하는 실정이다.

#2. 한적하고 평화로운 농장 사이로 난 좁은 도로를 지나 첨단동 제주동물보호센터에 가까워지자 개 짖는 소리가 요란했다. 도내에서 버려진 개와 고양이들을 보호·관리하는 이곳은 적정 보호두수가 하루 280~300마리지만 현재 400마리 넘게 들어와 있다. 지역 특유의 방견(放犬) 문화에다 인구유입 증가로 반려동물이 늘면서 유기 또한 빈번해진 탓이다. 수의사 6명을 비롯해 직원 12명이 바삐 움직이지만 반환·분양·안락사 등 업무를 처리하는 데 힘이 부친다.

#3. 제주시를 동서로 관통하는 연삼로와 연북로는 저녁6시 무렵이면 왕복 6·8차선 도로가 밀려드는 차량들로 극심한 정체를 빚는다. 어느 도시에서나 출퇴근 러시아워 때 지체와 정체가 발생하기 마련이지만 제주는 늘어나는 차량 때문에 상황이 악화일로다. 제주도 내 등록차량은 2008년 23만3,518대에서 지난해 55만3,578대로 2배 이상 늘었다. 유입 인구 증가로 자가용도 많아졌지만 렌터카 등 영업용 차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도심지 교통난을 가중시키고 있다.

돌·바람·여자가 많다고 해서 흔히 제주도를 ‘삼다도(三多島)’로 일컫는다. 여기에 최근 들어 쓰레기와 유기동물·자동차를 추가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기존 삼다는 자연적·역사적 배경에 기인한 것이고 제주의 독특한 풍광과 문화를 낳고 키웠지만 새로운 삼다는 도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국민관광지이자 세계자연유산인 제주를 망가뜨리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키운다. 제주를 신음하게 한 신삼다(新三多)는 2006년 제주특별자치도법이 시행되고 개발 붐을 타면서 유입 인구와 관광객이 폭증해 초래된 결과다. 제주에 입도하는 관광객은 2008년 582만명 수준에서 지난해 1,431만명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들어 증가세가 주춤해졌지만 제주 인구는 같은 기간 56만5,500여명에서 69만2,000여명으로 늘었다. 관광객이 많아지자 도처에 호텔·펜션 같은 숙박시설이 지어지고 20개가 넘는 대규모 관광개발사업 추진으로 자연경관 훼손도 심각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렇자 제주도민들 사이에서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수용 가능한 범위를 넘어서는 관광객이 관광지에 몰려 도시를 점령하고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에 대한 반감이 거세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갑작스러운 인구·관광객 증가를 예상하지 못하고 인프라를 충분히 갖추지 못하면서 폐기물 대란과 교통난 같은 비상상황이 발생했다”며 “제주의 환경적 가치가 훼손되면 도민뿐 아니라 전 국민이 누릴 기회를 잃는 만큼 인식 전환과 함께 자연환경이 총량적으로 지켜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도입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제주=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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