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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 (토)

이슈 화웨이와 국제사회

[단독]美 국무부 "한국, 화웨이 쓰면 민감정보 공유 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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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문의에 "한국과의 정보 공유 재검토"

폼페이오 "한· 일 화웨이 경계 태세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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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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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미국 정부의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 중단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13일(현지시간) “한국이 5세대(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를 쓸 경우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군사·안보 정보 공유를 끊을 수 있다는 뜻이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인터뷰에서 “한국과 일본의 중국 기업의 국가안보 위협에 대한 경계태세가 다르다”고 한 데 이어 한국을 겨냥한 화웨이 사용 중단 요구다.

"동맹국 네트워크 취약=미국 안보 위협"
국무부는 이날 폼페이오 장관 발언과 관련해 “미국은 한국 정부가 화웨이 통신장비 구매를 중단하길 원하며, 그것이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인가”라는 중앙일보의 질의에 “우리는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 위험에 우리의 민감한 정보를 노출하지 않을 것”이라고 '국무부 대변인' 명의로 답했다. 그러면서 “동맹국이나 우방국 네트워크에 신뢰할 수 없는 공급자의 장비가 포함될 경우 우리는 어떻게 정보 공유를 할지에 대해 재검토할 것이란 의미”라고 설명했다. 답변은 “우리가 상호연결되고 상호의존하는 정도를 고려할 때 동맹국의 네트워크가 취약해진다면 그런 취약성은 곧바로 미국에 안보 위협을 제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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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평택의 주한미군 기지인 캠프 험프리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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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는 주한미군을 매개로 해서 일상적으로 군사 정보를 교류하고 있다. 한·미 정보당국 간에도 안보 정보 등의 공유가 이뤄지고 있다. 국무부는 답변에서 ‘민감한 정보’가 무엇인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보 공유의 재검토'를 명시했다는 점에서 한국의 5G 네트워크에 화웨이 통신장비가 포함될 경우 군사·안보 정보 제공을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알린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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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산 공군기지에 착륙하는 미군의 U-2 고고도 정찰기. 촬영과 통신 감청 등 군사 정보를 수집한다.[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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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G 구매 결정 전에 화웨이 위협 철저히 따지라"
국무부 대변인 명의의 답변은 또 “미국은 무단 접근과 악의적 사이버 행위를 차단할 수 있는 안전한 정보통신 네트워크를 지지한다”며 “5G와 같은 중대한 인프라에 대한 구매 결정을 하기 전에 외국 정부의 불법적이고, 견제 없는 강요에 종속된 화웨이 같은 판매업체의 위험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5G는 향후 수십 년간 우리 경제와 안보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같은 심각한 국가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동맹국과 우방국과 협력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캐나다ㆍ호주ㆍ일본에 이어 한국도 화웨이 5G 장비 구매 및 사용을 중단을 선언하라는 직설적인 요구다.

폼페이오 장관은 12일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일본ㆍ한국ㆍ필리핀 등 지역 동맹국들이 정말 심각하게 중국 기업의 국가안보 위협을 경계하고 있나”라는 질문에 “나라마다 다르다(It varies)”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 세계가 냄비가 끓고 위험이 커지는 데 너무 느리고 조금은 잠이 덜 깬 상태”라고 하면서다. 사실상 화웨이 5G 장비 구매를 허용하고 있는 한국과 필리핀을 겨냥한 발언이었다. 일본에 비해 한국이 화웨이 대응에서 미온적이라는 취지가 깔렸다.

폼페이오 장관은 “우리는 정보 수집용 화웨이 장비와 중국 국영 기업들의 미국에 대한 침투를 이야기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에 아주 강력히 대응하고 있다”며 “이는 심각한 국가안보에 대한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그들의 해외 인프라 프로젝트를 ‘일대일로(一帶一路)’라고 하지만 대개는 상업 프로젝트를 가장한 국가안보 사업이고, 국영기업체를 통해 정치적 영향력과 힘을 확대하려는 시도”라고도 비판했다.

앞서 폼페이오 장관은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에 대한 제재를 발표한 지 나흘 만인 지난달 20일 고노 다로 일본 외상과의 통화에서 “일본도 화웨이 장비 사용을 금지해달라”고 요구했다. 같은 달 말 일본 소프트뱅크는 화웨이 장비 도입을 백지화하고 노키아와 에릭손을 5G 네트워크 구축의 협력업체로 선정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이어 독일ㆍ스위스ㆍ네덜란드ㆍ영국 등 유럽 동맹국 순방에서도 반(反) 화웨이 동참 캠페인을 적극적으로 벌였다. 다만 독일에선 하이코마스 독일 외무장관이 “독일 보안기준을 준수하는 한 특정 회사를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퇴짜를 맞기도했다.

미국 대사들 곳곳서 화웨이 퇴출 외교전
전 세계에 나간 미국 대사들도 화웨이 퇴출 캠페인에 동원됐다. 5G 장비 입찰을 수개월 앞둔 네덜란드에선 피트 혹스트라 대사가 지난 6일 현지 인터뷰에서 “화웨이를 공급업체에서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성 김 주필리핀 대사는 지난달 23일 마닐라 현지 공개 포럼에서 “18개 도시에 1만 2000대 카메라를 설치하는 ‘안전한 필리핀 프로젝트’에 화웨이를 참여시킬 경우 동맹으로서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5G 네트워크 사업뿐 아니라 공공 치안 사업에서도 화웨이를 배제하라는 뜻이다. 고위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현재 5G 네트워크에서의 화웨이 퇴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향후 다른 사업분야로 확대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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