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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YG가수 마약 의혹 3년만에 뒷북 수사… 양현석은 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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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마약 정황 카톡 확인하고도 진술 일관성 없다며 수사 안해

최근 권익위 신고 등 논란 커지자 "전담팀 16명 투입해 수사"

조선일보

과거 경찰이 인기그룹 빅뱅 등이 속한 대형 기획사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인기 가수의 마약 투약 정황을 잡고도 수사하지 않았고, 이 과정에 YG 양현석(50·사진) 대표 입김이 작용했다는 의혹에 대해, 경찰이 대규모 인력을 동원한 재(再)수사를 선언했다. YG 소속 인기 가수가 자신의 마약 투약 전력(前歷)을 직접 암시한 카카오톡 대화를 경찰이 확인하고도 소환 조사 한차례 없이 사건을 종결한지 2년 8개월 만이다. YG를 이끄는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와 동생 양민석 대표이사는 경찰 재수사 발표 직후 동반 사퇴했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14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YG 전 연습생 한모씨가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한 의혹에 대해 마약수사대장을 전담팀장으로 총 16명을 투입해 엄정하게 최선을 다해 수사하겠다"며 "수사 상황 변화에 따라 추가로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권익위는 이날 국회 정무위 김종석 의원(자유한국당) 확인 요청에 "'아이콘' 멤버인 아이돌 비○○ 관련 공익신고를 4일 접수했고, 신속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조선일보

YG 전 연습생 한모(25)씨가 권익위에 신고하고 경찰이 재수사를 선언한 이번 사건은 2016년 9월 경찰이 수사를 마치고 검찰에 넘겼던 사건이다. 당시 경찰은 한씨를 마약 투약 등 혐의로 체포해 조사하면서 한씨로부터 임의 제출받은 휴대전화에서 YG 소속 인기 가수 비아이(23· 본명 김한빈·이하 '김씨')와 한씨 간 카카오톡 대화를 확보했다. 대화에는 김씨가 한씨에게 환각제의 일종인 LSD를 살 수 있는지 물었고, 한씨가 "딴 사람들이랑 절대 (마)약 이야기 하지 마"라고 하자 "너랑은 같이 해봤으니까 물어보는거다"라고 답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경찰은 김씨를 한 번도 부르지 않고 사건을 종결했다.

'뒷북 수사' 지적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당시 한씨가 추가 조사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기 때문에 후속 수사가 불가능했다"고 했다. 이 해명에 대해 다수의 검찰·경찰 관계자들은 "이미 중요 단서를 확보했는데, 관계자 진술이 바뀌었다고 수사를 못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했다.

이러한 '진술 번복'에 대해, 한씨 측은 '양현석 대표로부터 회유·협박을 당했기 때문'이라고 연예전문매체 등을 통해 밝혔다. 한씨가 처음 경찰 조사에서 김씨 마약 투약 사실을 진술하자 양 대표가 한씨를 사무실로 불렀고, "연예계에서 너 죽이는 건 일도 아니다"며 이후 조사에 양 대표가 고용한 변호사를 대동시켰다는 주장이었다. 이 자리에서 양 대표는 "난 (경찰)조서를 다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했다고 한씨는 주장했다.

이에 대해 YG 측은 "양현석 대표가 한씨를 만난 건 맞지만 진술 번복을 종용하거나 변호사를 대리 선임한 적은 없다"며 "한씨가 경찰 조사에서 자신의 죄를 경감받기 위해 비아이 이름을 언급했고 이를 바로잡아 줄 것을 요청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씨는 14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감형받기 위해 호소하는 게 아니다. 나는 이미 마약 투약에 대해 죗값을 치르는 중"이라고 했다.

양현석 YG 대표 프로듀서는 이날 경찰이 재수사를 선언한 지 4시간 만에 홈페이지를 통해 사퇴를 발표했다. 사퇴 입장문에는 "입에 담기도 수치스럽고 치욕적인 말들이 무분별하게 이야기되는 상황을 참아왔지만 더 이상은 힘들 것 같다"고 적었다. 잠시 뒤에는 양 대표 동생인 양민석 대표이사도 내부 임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임을 선언했다.





[김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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