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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대나무에 '♡' 칼질.. 철없는 연인들로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 몸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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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 이름과 '사랑해' .. 외국인들도 동참
중국 한자, 영어 알파벳 등 다국적 표식도
울산 시민들 "제2 국가정원 지정 앞두고 대책 필요"


파이낸셜뉴스

울산 태화강지방정원 십리대숲의 대나무에 일부 몰지각한 연인들과 방문객들이 이름과 연인 관계임을 나타내는 표식을 하면서 이곳 대나무들이 시련을 겪고 있다. 태화강지방정원이 제2 국가정원 지정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독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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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최수상 기자】 대나무 기둥 곳곳에 "누구누구야 사랑해~" , 하트 모양인 '♡' 를 새기는 철없는 연인들로 인해 울산의 명물인 십리대숲이 시름을 앓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5일 울산시 태화강정원사업단에 따르면 태화강 지방정원 십리대숲 산책길 일원에는 일부 몰지각 방문객들이 대나무에 새긴 이름과 이니셜, 각종 표식들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심각 수준이다.

낙서와 표식들 가운데는 새긴 날짜 등이 있어 약 3년전인 2016년부터 증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한글 외에도 영어 알파벳과 중국 한자, 기타 글씨 등도 발견돼 이를 따라하는 외국인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연인 사이임을 밝히는 이름과 오랫동안 관계 유지를 상징하는 '사랑 타령'과 '낙서'들은 날카로운 칼 등으로 새겨져 있어 제거가 쉽지 않는 상황이다.

일부 대나무는 상처를 안고 그대로 자라고 있다. 상처가 심하거나 낙서가 과도한 대나무의 경우 베내지만 전체를 제거하기에는 수량이 너무 많다는 게 관리기관의 이야기다.

주로 낙서가 발견되는 지역은 탐방객들의 휴식을 위해 설치한 벤치 주변과 최근 야간개방으로 인기가 많은 은하수길 일대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에 대해 태화강정원관리단은 현재도 순찰을 하고 있지만 24시간 개방된 공원이라 단속이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노인 일자리사업 참여자들을 동원해 계도 및 순찰 활동을 벌이거나 낙서금지 안내문 설치 등을 검토 중이고 밝혔다.

태화강생태탐방센터 관계자는 "도심 속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철새들의 여유로운 보금자리인 태화강 십리대숲이 몰지각한 사람들로 인해 훼손되고 있다"며 "누군가에게는 사랑의 약속이겠지만 대나무에게는 큰 상처이고 생명의 위협이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은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 중 한 곳이자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지 100선'에도 포함돼 있다.

평소 울산시민들이 즐겨찾는 공원으로서, 한 해 100만 명 가까이 방문하고 있다. 또 여름에는 백로, 겨울에는 10만 마리의 떼까마귀 등이 찾는 철새 도래지로도 유명하다.

울산시는 이러한 십리대숲을 오는 2020년까지 백리대숲으로 확대해 시민과 함께하는 생태관광자원으로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울주군 석남사에서 선바위, 현재 십리대숲을 거쳐 북구 명촌교에 이르는 총 40km 구간에 대나무 숲을 만드는 사업이다.

또 울산시는 지난해부터 전남 순천에 이어 제2호 국가정원 지정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울산시는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결정을 앞두고 태화강과 지방정원을 전문적이고 관리하기 위한 독립된 전담 조직인 '태화강정원사업단'을 만들어 출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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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태화강 십리대숲은 '대한민국 생태관광지 26선' 중 한 곳이자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지 100선'에도 포함돼 있다. 여름이 다가오면서 태화강십리대숲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진=울산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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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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