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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팝인터뷰①]'기생충' 장혜진 "봉준호 감독, 이름 알려지지 않은 날 믿어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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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배우 장혜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헤럴드POP=이미지 기자] “과정만큼 결과도 행복하니 감사할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낯선 배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 ‘우리들’을 통해 이미 인상적인 연기를 펼친 바 있는 배우 장혜진이 봉준호 감독의 신작 ‘기생충’에 발탁, 자연스러움 속 압도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대중의 뇌리에 강렬히 박혔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진행된 헤럴드POP과의 인터뷰에서 장혜진은 ‘기생충’ 캐스팅 제안부터 제72회 칸국제영화제 초청 및 수상 그리고 흥행까지 여전히 실감이 안 난다면서 감사할 뿐이라며 푸근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봉준호 감독 역시 ‘우리들’에서의 장혜진을 눈여겨보고 캐스팅 제안을 한 가운데 장혜진은 당황해 오히려 다른 배우를 추천했던 웃픈 에피소드를 공개했다.

“내 일 아니고, 남의 일 같았다. 나한테 제안이 올 거라 생각도 못했으니 말이다. 정말 당황해서 다른 분을 추천하기까지 했다. 사실 ‘살인의 추억’ 때도 기회가 있었는데, 다른 일을 하고 있을 때라 정중히 거절했다. 하지만 봉준호 감독님과의 작업을 두 번은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리들’의 엄마와 ‘기생충’의 엄마는 결이 많이 다른데 날 떠올리셨다는 게 놀라웠다. 이름 많이 알려지지 않은 날 믿고 큰 역할을 주셔서 감사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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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 스틸


장혜진은 극중 전원백수 가족의 아내이자 엄마 ‘충숙’ 역을 맡았다. ‘충숙’은 하는 일마다 안 풀리는 남편과 살아서인지 상대적으로 박력 있고, 다부진 인물이다. 장혜진은 ‘충숙’을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캐릭터로 이해했다.

“‘충숙’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었을 거다. 어떻게 얻은 일자리인데 자리가 주는 위안이 있지 않나. 돈도 그렇고, 삶에 대한 희망도 그렇고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다. 과정은 미안하지만, 그 미안한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잘 케어하고 싶었다고 할까. 마음만큼은 거짓이 아닌 진심이었던 거다.”

여기에 ‘충숙’은 전국체전 해머던지기 메달리스트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흥미를 자극한다. 이 설정을 위해 장혜진은 실제 선수에게 배우기도 했다.

“해머던지기라는 운동이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선수들은 늘 최선을 다한다. ‘충숙’ 역시 금메달을 따고 싶은 마음으로 열심히 했을 테지만 은메달리스트다. 인기종목이 아닌 해머던지기에서 은메달만 따고 선수생활을 접었을 때 얼마나 짠했겠나. 거기다 더 잘 살려고 ‘기택’과 결혼했을 텐데 자꾸 망해가지 않나. 그런 마음을 와 닿게 하려고 해머던지기 은메달리스트로 설정한 거 아닌가 싶다.”

이어 “집에 붙어 있는 사진을 찍을 때는 실제 선수가 와서 직접 가르쳐줬는데 쫙쫙 붙더라. 배워서 연습 후 사진을 찍었다. 이후 감독님께서 넣고 싶은 장면을 위해 해머를 오랜만에 돌리기도 했는데 잘 돌아가더라. 나머지 배우들의 놀라는 반응이 리얼이었다”고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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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장혜진/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 장혜진은 이창동 감독의 ‘밀양’에서 단역으로 출연, 잠깐의 인연이 닿았던 송강호와 이번 작품에서는 부부지간으로 연기 호흡을 맞췄다. 감사하면서도 폐를 끼칠까봐 걱정이 됐지만, 봉준호 감독의 정확한 디렉팅에 연기 욕심이 생겼단다.

“이런 일이 일어날 수가 있나 싶으면서 감사한 일이었다. 한국 영화사에 이런 배우가 다시 없을 정도의 천하의 송강호 선배님과 부부가 됐다. 또 봉준호 감독님이 한국 와서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기도 하지 않나. 폐를 끼치면 안 되니 부담감이 컸다. 그런데 감독님의 디렉팅이 군더더기 없이 명확했다. 동선이 복잡해 1~2개 놓칠 수도 있었지만, 주문 들어오는 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너무 몰두해있다 보니 절로 연기 공부가 된 것 같다.”

“봉준호 감독님, 송강호 선배님이 잘 만들어주신 것에 올라타서 그 덕을 같이 누리니 아직까지 실감이 안 나고 꿈같다. 함께 한 배우들, 스태프들 모두 친근하게 잘해줘서 내 역할에 대한 부담감만 힘들었지 나머지는 하나도 힘든 게 없었다. 과정도 행복했는데, 결과도 행복하니 이 감사함을 어떻게 베풀 수 있을까 싶다. (웃음)”

pop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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