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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구관이 명관(?)… 홍콩 시위대, 왜 '유니언잭' 흔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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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시위대,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휘날리다 / 英 "中, 우리하고 한 '일국양제' 약속 꼭 지켜야" / 1997년 반환 후에도 英은 홍콩을 잊지 않았다

세계일보

홍콩 정부의 범죄인인도 법안 심의에 반대하는 한 시민이 지난 12일 입법회의 청사 앞에서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흔들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 정부가 역대 최대인 103만명의 반대 시위를 부른 ‘범죄인인도 법안’(일명 송환법) 추진을 결국 보류했다. “영국은 전(前)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며 홍콩 당국 및 중국 정부를 ‘견제’한 영국 정부의 단호한 태도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대,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휘날리다

16일 외신에 따르면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범죄인인도 법안이 더는 긴급하지 않다”며 “지난 이틀간 검토한 결과 법안 추진의 잠정 중단을 발표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중의 의견을 듣는 데 있어 시간표를 제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혀 홍콩 정부가 단기간 내에 범죄인인도 법안을 재추진하진 않을 방침임을 내비쳤다.

홍콩 정부가 앞서 추진한 범죄인 인도법안은 중국을 포함해 대만, 마카오 등 범죄인인도 조약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나 지역에도 사안별로 범죄인들을 인도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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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주민들의 반중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경찰 바로 앞에서 영국 국기 ‘유니언잭’이 힘차게 휘날리고 있다. AP뉴시스


이에 홍콩 야당과 시민단체는 “중국 정부가 이 법을 반체제 인사나 인권운동가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지난 9일에는 무려 103만명이나 되는 홍콩 주민이 거리로 나가 역대 최대 규모의 반중시위를 벌였다.

시위대 일부는 영국 국기 ‘유니언잭’을 흔들어 눈길을 끌었다. 1842년부터 150년 넘게 홍콩을 식민지로 지배한 영국이 현재 홍콩이 속한 중국보다 더 낫다는 뜻으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영국 "중국, 1997년의 '일국양제' 약속 지켜야"

실제로 영국은 이번에 옛 식민지 홍콩 주민의 자유와 안전을 수호하기 위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목소리를 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는 하원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영국은 전 식민지의 자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야 하는 특별한 책임이 있다”고 단언했다.

이어 “홍콩에 많은 수의 영국인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범죄인인도 법안의) 잠재적 효과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중국 정부를 향해 “홍콩 시민의 권리와 자유를 존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메이 총리는 중국에의 반환 이후 홍콩의 법적 지위 등을 규정한 1997년 영·중 공동선언을 거론했다. 이는 이른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적용을 규정하고 있다. 비록 홍콩은 중국의 일부이나 공산당 1당 독재 체제인 중국과는 달리 야당의 존재와 언론 자유가 보장되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에 의해 운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화웨이 사태에서 보듯 중국과 ‘무역전쟁’을 하고 있는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영국을 지지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이를 “외국의 내정간섭”으로 규정하며 “폭동 행위를 규탄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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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7월1일 홍콩에서 당시 장쩌민 중국 국가주석, 찰스 영국 왕세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돌려주는 ‘주권반환식’ 행사가 거행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1997년 반환 후에도 英은 홍콩을 잊지 않았다

영국인의 홍콩 사랑은 19세기 중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42년 청나라와 전쟁에서 이긴 영국은 홍콩을 식민지로 삼고 1997년까지 155년간 경영했다. 이 기간 동안 홍콩은 아시아는 물론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는 글로벌 대도시로 도약했다.

하지만 ‘떠오르는 용’ 중국의 자존심은 홍콩이 영국 소유로 있는 현실을 더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결국 1997년 7월1일 0시를 기해 홍콩의 주권은 영국에서 중국으로 옮겨졌다.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돌려주는 주권반환식 행사에는 영국 국가원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대신해 찰스 왕세자, 그리고 토니 블레어 총리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과거 대영제국이 누린 찬란한 영예가 ‘옛일’이 되어가는 씁쓸한 광경을 속절없이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찰스 왕세자는 고별사를 통해 뼈있는 한마디를 남겼다. “우리는 여러분(홍콩 주민)을 잊지 못할 겁니다. 그리고 깊은 관심을 갖고 홍콩이 새로운 역사의 신기원을 열어나가는 것을 지켜볼 것입니다.” 홍콩의 ‘앞날’에 대한 영국의 약속과 다짐이 이번 범죄인인도 법안을 둘러싼 파동에서 제대로 실현된 셈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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