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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삼 남매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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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설렁썰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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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돌아왔다 ‘갑질’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대한항공 총수 일가가 일선으로 복귀할 조짐을 보인다. “가족들과 잘 협력해서 사이좋게 이끌어나가라”는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유언에 따라 ‘현아-원태-현민’ 삼 남매의 삼각편대 경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 직원과 회사를 동원해 고가품(명품)을 관세도 내지 않고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45)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모친 이명희(70) 전 일우재단 이사장이 실형을 면했다. 인천지법은 조 전 부사장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벌금 480만원을 선고하고 6300여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이 전 이사장은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조 전 부사장은 2012년 1월부터 2018년 5월까지 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의류와 가방 등 시가 8900여만원 상당의 물품을 사서 203차례 대한항공 여객기로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장기간에 걸쳐 범행해 죄질이 가볍지 않지만, 밀수한 203회 중 50만원 이하가 82.8%였고, 대부분 자체 소비하기 위한 생활용품이었다. 동종 범죄에 비춰 실형에 선고할 만큼 중한 범죄는 아니어서 벌금형이 타당하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2014년 ‘땅콩 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조 전 부사장은 지난해 3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복귀했다. 하지만 막냇동생 조현민 전 전무가 ‘물컵 갑질’로 논란을 일으키자 조 전 부사장의 복귀는 무산됐다. 재계 안팎에서는 조 전 부사장이 법정 구속을 피해 활동의 제약이 없는 만큼, 지난해 경영을 맡으려 했던 칼호텔네트워크 사장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본다.

2018년 ‘물컵 갑질’ 사태로 경영에서 물러났던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6월10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으로 슬그머니 복귀했다. 한진그룹 쪽은 “조현민 전무는 고 조양호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형제 간 화합을 토대로 그룹사의 경영에 나서게 됐다. 그룹 사회공헌 활동과 신사업 개발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며 “한진칼에서 새로운 수익 사업을 발굴하고 개별 그룹사에서 해온 사회공헌활동을 그룹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는 일을 할 계획”이라고 했다.

조 전무의 복귀 소식에 한진칼 2대주주인 강성부 사모펀드 KCGI는 강하게 비판했다. KCGI는 “2018년 4월 발생한 이른바 ‘물컵 갑질’ 사태가 보도되고 6개월 동안 한진그룹 계열 상장사 5곳의 시가총액은 약 20% 폭락했다”며 “기업가치를 크게 훼손한 전력이 있는 조현민 전무가, 고 조양호 회장의 사망 후 불과 2개월 만에 그룹에 복귀하는 것은 책임경영 원칙에 반하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한진그룹 쪽은 “조 전무의 임원 채용은 이사회 승인과 관련 없다. 조 전무는 검증된 마케팅 전문가로, 조 전무 채용을 통해 그룹 주주가치 제고가 가능하다”고 해명했다.

“뻔뻔하고 한심하다.” 조 전무의 복귀 소식이 알려진 뒤 ‘조양호 회장 일가 퇴진 촉구 촛불집회’ 단체대화방에 올라온 한마디다. 진에어 노동조합은 “조현민은 한진칼의 경영 복귀를 즉각 철회하고, 총수 일가는 진에어 직원들에게 사과하라”고 성명을 냈다.

이재호 기자 p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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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블라

누가 누구에게 기생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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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은 가난한 가족이 부잣집에 ‘기생’하면서 생기는 일이라고 간단하게 줄거리가 요약된다. 그런데 영화를 보고 영화의 의미를 해석하다보면 ‘기생’하는 이가 누구냐는 당연했던 질문도 뒤집힌다. 이들 4명은 가정교사, 운전기사, 가정부라는 직업을 갖고 취업하며, 부잣집 주인이 만족할 만한 전문성을 지니고 일에 매진한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한 집을 쓸고 닦고 요리하고 집안의 차를 굴리면서 이들은 집안을 유지한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사장으로 나오는 동익(이선균)은 집안일을 딱히 하지 않고, 아내는 걱정으로 일상을 영위한다. ‘기생’에 대한 개념이 관점에 따라 다르다. ‘자본’의 개념이 없는, 예를 들면 ‘벌레’의 눈으로 보면 어떨까. 누가 집 안에 ‘사는 사람’인가, 주인인가.

일본 만화 <기생수>(사진)는 외계에서 온 생명체가 주인공의 손가락에 침입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기생수’의 ‘수’는 동물 ‘수’(獸)다. 원래는 머리를 빼앗고 몸을 지배해야 하지만, 손가락에 기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 기생수는 기생해야만 생명체를 유지하는 자신의 불완전한 본질에 대해 철학하고, 손가락 주인은 인간의 감성적이면서도 사악하고 불완전한 면에 대해 생각한다. 결국 둘은 서로 영향을 받으며 성장한다.

과학자 린 마굴리스는 세포 내 소기관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를 연구해 ‘세포 내 공생’ 이론을 제안했다. 다윈의 진화론 이후 가장 급진적이라 평가받는 이 학설은, 원핵세포들이 결합해 진핵세포로 진화했다는 설이다. 여전히 가설에 불과하긴 하지만, 더 큰 생명체의 기관이 어떤 식으로 첫 단추를 끼워 이루어졌는지에 대한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기생수가 말을 걸지 않을 뿐, 인간은 어딘가에 기생하는 존재다. 음식물 소화와 영양소 분배, 세포의 물질대사에 기생하는 존재다. ‘기생’이란 전복적인 단어다. ‘기생충’ 또한 마찬가지다.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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