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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취재파일] KT링커스② - '부당해고' 결론에도 "근로자 인정 못 해"…두 번 울린 노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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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파일] KT링커스① - "9년 동안 휴가는 하루"…연차수당 요구했더니 해고

몇 년간 휴가도 제대로 쓰지 못한 채 열악한 환경에서 일해 온 KT링커스 서포터들. 이들은 목소리를 냈다 일방적인 해고를 당했습니다. "부당해고를 당했으니 도와 달라", "우리가 근로자임을 인정해 달라"며 노동청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마지막 희망을 품고 찾은 노동청이었지만, 이곳도 서포터들에게 호의적이지만은 않았습니다.

KT링커스 서포터 8명은 연차수당과 퇴직금을 보장하라며 지난해 10월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첫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돌아온 답변은 한 줄입니다. '당사자 간 체결된 계약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는 민사상 계약(물류용역계약)으로 확인되어 행정종결(법 적용 제외) 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공문에는 왜 근로자가 아닌지는 단 한 글자도 쓰여 있지 않았습니다. 서포터들은 이유라도 설명해달라고 했지만, 명확한 답변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 사이 회사는 계약 해지를 통보했습니다. 수년 간 일한 회사에서 하루아침에 쫓겨나다니. 억울했습니다.

이들은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습니다. 근로자임을 판단해달라고도 요청했습니다. 동시에 노동청에는 2차 진정서를 접수했습니다. 1차 진정의 한 줄짜리 결과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노동청은 노동위원회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승소하면 인용하겠다 말했다고 합니다. 노동위가 근로자라고 판단한다면 자신들도 도와줄 수 있다는 겁니다.

2달 만에 나온 노동위 답변은 "부당해고가 맞다". 서포터들을 KT링커스의 지휘·감독에 따라 일한 근로자로 판정했습니다. KT링커스로부터 업무를 지휘 감독받고 휴가도 사실상 승인받아야 했던 점 등으로 볼 때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겁니다.

서포터들은 '이제 됐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노동청은 태도를 바꿨습니다.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겁니다. 서포터들은 또 다시 짤막한 공문을 받았습니다. "민사상 계약(물류용역계약)으로 확인되고, 진정인들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려워 '행정종결(법 적용 제외)'하였음을 알려드린다." 1차 진정 결과와 달라진 게 없었습니다. 노동위에서 근로자로 인정받았는데, 반대되는 결과를 주면서 설명 한 줄 없었습니다.

● "대기업 부담스럽다"…회사 편드는 노동청

서포터들은 노동청이 대기업 눈치를 봤다고 주장합니다. 노동청은 외근직인 서포터들에게 10년 치 출근 기록을 가져오라는 등 무리한 자료를 요구했습니다. 게다가 서포터들이 제출한 자료를 근로감독관이 이면지로 사용하는 게 목격되는가 하면, 일부 자료를 분실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노동청의 미온적인 대응에 서포터들은 항의 했습니다. 담당 근로감독관은 '근로자 지위가 인정된다고 보고를 올렸는데, 윗선에서 안 된다고 했다'는 말을 했습니다. 이에 서포터들은 근로기준과장에게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돌아온 건 황당한 답변이었습니다. 담당 과장은 "대기업이라 부담스럽다, 같은 지청에서 한 번 나온 판정 뒤집기가 힘들다, 노동위는 제3자로 이루어져 있어서 그렇게 판단할 수 있지만, 우리는 공무원이니 어렵다" 등 납득할 수 없는 이유만 제시했다고 서포터들은 말합니다. 서포터들은 답답함을 토로했습니다. "윗선에서 계속 안 된다고 하는데, 저희는 윗선이 누군지도 모르고... 윗선이 누군지, 적어도 이유가 뭔 지라도 알려줘야지. 이유도 모른 채 당하니까 더 억울하고 배신감이 크죠."

● 기관 마다 판단 다를 수 있다?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에 판단 근거를 물어봤습니다. 성남지청은 자료를 종합적으로 보고 노동자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독립기관마다 판단은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판단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건 통상적으로 이유를 설명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과연 통상적인 것인지, 고용노동부 소속 다른 지청의 답변서를 받아 비교해봤습니다. 한 눈에 봐도 달랐습니다. 판정 결과와 이유가 상세히 나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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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감독관의 직무규정도 찾아봤습니다. 직무규정 제40조에는 '처리 결과에 대한 사유를 알려줘야 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각 지역마다 있는 노동청은 고용노동부 산하에 있는 행정기관으로, 노동자들의 권익을 위해 힘쓰고 고충을 처리하는 기관입니다. 최근에는 노동청에 소속된 근로감독관이 노동자들을 위해 활약하는 내용으로 드라마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드라마 속 근로감독관과 달리 현실에서는 대기업 측 눈치를 보느라 노동자들의 외침을 소극적으로 받아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 "노동위 판정 노동청이 부정하는 건 이례적"

노동위가 근로자성을 인정하며 부당해고가 맞다는 판단을 내렸는데, 노동청이 이에 반대되는 의견을 낸 것도 특이합니다. 노동위는 노동자 측 위원과 사용자 측 위원, 공익위원으로 구성됩니다. 노동위는 노사 갈등이 생긴 사안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기관입니다. 노동청이 수사기관이라면, 노동위는 법원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노동위에서 근로자라고 판단을 내렸는데, 노동자 편에 서야할 노동청이 오히려 그 판단과 반대되게 사용자 측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송명진 노무사는 "노동위에서 인정한 근로자성을 노동청에서 부정하는 건 '이례적'"이라고 말합니다. 둘 다 노동부 산하 기관임에도 서로 다른 판정에 대해 조정하거나, 강제할 곳이 없다보니 피해가 고스란히 노동자에게 돌아간다는 겁니다. "근로자의 권익보호와 안전한 일터 조성" 성남지청 홈페이지에는 인사말이 나와 있습니다. 서포터들이 겪은 노동청은 이 인사말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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