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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클릭 이사건] 5억 투자금 쪽박낸 증권사PB팀장.. 안중근장학회에 60%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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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의 소송전


메리츠종금증권의 PB(자산관리)팀 팀장이었던 A씨는 장학재단 '의사안중근장학회'와 거래를 텄다. A씨는 '원금 보장은 물론 연 7%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장학회의 투자를 받았다. 장학회는 A씨와 기본재산 전액인 5억원을 메리츠종금증권 계좌에 입금하고, 전적으로 운용을 맡기는 투자일임계약을 2003년 5월 맺었다.

■"원금보장·수익 보장"… 믿었건만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A씨는 장학회의 투자금 5억원 중 4억8000만원을 선박 펀드에 투자했다. 펀드는 초기에는 장학회에 수익을 안겨줬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해운경기가 침체되면서 가치가 폭락했다. 펀드 평가금액은 2011년 6월 9000만원대, 같은 해 8월에는 10% 수준인 900만원대로 떨어졌다.

사실상 재단 재산 대부분이 휴지조각이 되자 장학회는 2013년 1월 메리츠종금증권을 상대로 4억8000만원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장학회 측은 "A씨는 투자를 위임받아 안정적인 투자로 원금 및 수익을 보장해주기로 약정했음에도 특별한 설명 없이 과도한 위험을 초래하는 펀드에 투자해 설명의무·적합성 원칙·선량한 관리자로서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며 사용자인 메리츠종금증권이 손실을 배상하라고 주장했다.

소송은 1심에서 항소심, 상고심, 파기환송심까지 무려 6년이 넘게 이어졌다.

■2심 "계약, 강행규정에 위배돼"

1심 재판부는 A씨가 위험성이 높은 펀드에 투자하면서 수익구조와 원금손실 가능성을 장학회에 설명하지 않고, 오히려 원금보장과 수익을 약속한 후 투자금 대부분을 잃게 했다며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장학회가 투자금 운용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A씨가 운용한 펀드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점 등을 참작해 증권사 책임을 손해액의 20%인 9600만원만 인정했다.

장학회 측은 손해액의 일부만 인정되자 2심에서 새로운 법리를 제시했다. 공익법인의 설립·운용에 관한 법은 기본재산을 처분하는 경우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장학회 측은 "공익법인인 장학회의 기본재산을 증권사 위탁거래계좌에 입금해 펀드의 수익증권을 매수한 것은 기본재산 처분행위에 해당한다"며 "주무관청의 허가가 없는 투자계약은 무효이므로 메리츠종금증권은 투자금을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2심은 "공익법인인 장학회는 기본재산에 대한 포괄적 투자일임계약에 관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지 않았으므로 이러한 계약은 강행규정에 위배돼 무효"라며 증권사가 이미 반환한 돈을 제외한 2억7600여만원을 장학회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 "원심, 신청안한 사항 판결"

대법원은 원심이 장학회 측이 신청하지도 않은 사항에 대해 판결해 민사소송법에서 정한 처분권주의와 변론주의를 위반한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장학회 측은 A씨가 선박펀드에 투자한 4억8000만원에 대한 부당이득금 반환을 청구했는데, 원심은 5억원 전체에 대해 판단을 내렸다는 취지다.

파기환송심인 서울고법 민사18부(정선재 부장판사)은 최근 "메리츠종금증권은 장학회에 2억8800만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장학회에 명백히 과대한 위험을 수반하는 부적합한 거래를 적극적으로 권유했다고 보인다"며 "구 간접투자법은 투자원금의 보장 등 수익을 보장하는 권유행위를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점을 종합하면 메리츠종금증권은 A씨를 통해 불법행위를 했으므로 장학회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장학회는 A씨를 통해 원금손실의 위험성 등을 비교적 용이하게 파악할 수 있었음에도 A씨의 말을 믿고 매매계약에 나아갔다"며 "장학회는 매매계약 이전에 메리츠종금증권에 투자를 일임해 상당한 수익을 얻어왔으며 펀드손실은 전 세계적인 금융 위기에 일부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며 증권사의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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