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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로미오와 줄리엣' 프랑코 제피렐리 감독 별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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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 길들이기'로 영화 데뷔

이탈리아인 최초 영국 기사 작위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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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출신의 영화감독이자 오페라 연출가인 프랑코 제피렐리가 15일(현지시각) 오랜 지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 향년 96.

그의 아들인 루치아노는 이날 아버지가 로마의 자택에서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고 <에이피> 통신과 <아에프페>(AFP) 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그는 올리비아 핫세 주연의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엘리자베스 테일러와 리처드 버턴이 주연한 <말괄량이 길들이기> 등의 영화를 감독하고 여러 편의 오페라도 연출한 거장으로 잘 알려져 있다. 문화 예술 분야에 기여한 업적을 인정받아 2004년 이탈리아인으로는 처음으로 영국의 기사 작위를 받기도 했다.

1923년 2월 12일 피렌체에서 태어난 제피렐리는 유년기부터 문화 예술에 대한 열정을 키워왔다. 6살 때 어머니가 폐결핵으로 숨지면서 아버지의 친척 손에서 자란 그는 8∼9살 때 바그너의 오페라 <발퀴레>를 보고 오페라에 대해 꿈을 키웠다. 일주일에 3번 부친의 영어 수업 영향으로 영국의 고전 문학에 대한 이해도 높였다. 초창기 배우로도 짧게 활동했으며, 루키노 비스콘티 감독이 운영하는 극단에 들어가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트로일루스와 크리세> 같은 연극의 무대 디자인을 맡았다. 비스콘티 감독의 <흔들리는 대지>의 조연출로도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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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피렐리는 1967년 <말괄량이 길들이기>로 영화감독에 데뷔했으며, 이듬해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출하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올리비아 핫세와 레너드 위팅이라는 무명의 두 배우가 주연을 맡았음에도 이 영화는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신기록을 세울 정도로 큰 사랑을 받았다. 제작비 150만 달러(약 17억8천만원)가 들어간 이 영화는 5200만 달러(약 616억5천만원)를 벌어들이며 셰익스피어 희곡을 영화화한 작품 중에서 가장 큰 성공을 거뒀다. <햄릿> <티 위드 무솔리니> <끝없는 사랑> <챔프> 등 20여 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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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로마 교황청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 몇 안 되는 이탈리아인 감독이기도 하다. 예수의 일생을 다룬 <나사렛 예수>와 <성 프란체스코> 등의 기독교 영화를 연출했으며, 1978년 교황청의 생방송과 1983년 성 베드로 성당에서 열린 ‘구원의 성년' 기념행사를 담당했다.

그는 오페라에도 열정을 쏟아 모차르트와 로시니, 도니체티, 베르디의 작품 등을 연출했다. 그는 라 스칼라와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에 <라 보엠>을 올렸고, 이 작품은 1982년 미국 티브이로도 방송됐다. 1983년에는 소프라노 테리사 스트라타스와 테너 플라시도 도밍고가 출연한 영화 버전의 <라 트라비아타>도 연출했다. 이 작품은 곧 평단의 환호를 받았으며 오스카상 3개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이처럼 영화와 오페라 등의 분야에서 활발하게 활동했지만 그를 둘러싼 논란 역시 적지 않았다. 그가 이탈리아를 넘어 미국에서도 크게 인정을 받자 그를 할리우드 대변자로 여긴 몇몇 이탈리아인들로부터 공격을 받았고, 브룩 실즈 주연의 <끝없는 사랑> 같은 상업성 짙은 영화를 연출해 비평가들로부터 혹평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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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작하기로 유명했던 그는 오는 21일 베로나 아레나에 오르는 <라 트라비아타>를 위해 최근까지도 분주한 날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별세 소식에 이 작품의 예술 감독을 맡은 세칠리아 가스디아는 “우리는 그가 가장 사랑했던 오페라 중 하나였던 ‘라 트라비아타'로 그를 추모할 것”이라며 “그는 우리와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이름은 그의 어머니가 모차르트 오페라 '이도메네오'의 아리아 '제피레티'에서 따온 것이지만, 인쇄 과정의 실수로 제피렐리가 됐다. 어린 시절을 피렌체로 이주한 영국인들과 보냈으며, 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군 통역병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동성애자였지만 동성 커플 인정에는 반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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