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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이주향의 내 인생의 책]①파이돈 - 플라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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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의 마지막 날

경향신문

기원전 5세기, 30년을 이어온 펠로폰네소스 전쟁에서 마침내 패한 아테네는 희생양이 필요했습니다. 젊은이를 선동한 죄와 이상한 신을 섬긴 죄라는 이상한 죄목으로 보물 중의 보물 소크라테스에게 사약을 내린 것입니다. 플라톤의 대화록 중에 <파이돈>을 보셨는지요? 소크라테스가 사약을 받고 죽음에 이르게 된 바로 그날의 대화록입니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건만 이상한 것은 소크라테스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는 자포자기하고 있지도, 억울하다고 호소하고 있지도 않습니다. 잘못된 판단을 내린 아테네를 향해 저주하지도 않습니다. 평온한 태도로 소크라테스가 하고 있는 것은 죽음을 주제로 한 대화입니다. “반대되는 것은 반대되는 것으로부터 생기는 것 아닌가. 가령 미와 추, 옮음과 옳지 않음 같은 것 말일세.” 그렇지요? 잠자는 것이 없으면 깨어있는 것이 있을 수 없고, 삶이 없으면 죽음이 있을 수 없습니다.

마침내 소크라테스가 제자들에게 말합니다. 삶이 있어서 죽음이 있는 거라면 또한 죽음은 삶의 원인이 아니겠냐고. 무서운 이야기지요? 그는 철학이란 죽음에의 연습이라는 알 듯 말 듯한 이야기를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자기 죽음으로 제자들이 슬퍼하는 것을 원치 않으며 원하는 것은 너희들이 각자 자신을 돌보는 일이라고 합니다. 그런 큰 스승을 보내며 한 제자가 말 합니다. “얼굴을 가리고 울었는데, 소크라테스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러한 친구를 여의게 된 우리의 불행 때문이었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소크라테스와 점심을 할 수 있다면 그 시간과 애플이 가진 모든 기술을 바꿀 수 있다고 한 이유가 있는 거지요? 소크라테스가 주인공인 플라톤의 대화록을 읽을수록 왜 플라톤이 세상에서 가장 감사한 일로 소크라테스의 제자가 된 것을 꼽았는지 이해가 됩니다.

이주향 | 수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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