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장·갑상샘에 이상 생기거나
칼륨·칼슘·마그네슘 결핍도 원인
운동할 땐 물과 이온음료 챙겨야
육상계의 전설이 된 우사인 볼트는 2017년 열린 런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 결승에서 갑자기 다리를 절며 쓰러졌다. 계주 마지막 주자로 나선 볼트는 레이스를 채 마치지 못했다.
그의 은퇴 경기는 이렇게 허무하게 끝이 났다. 갑작스러운 허벅지 근육 경련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비단 볼트뿐 아니다. 흔히 ‘쥐’가 났다고 표현하는 근육 경련은 누구에게나 생긴다. 보통은 일과성으로 지나가는 일이 많지만 다른 질환의 전조 증상일 수도 있어 주의해야 한다.
몸의 특정 부위에 경련이 일어나고 근육이 수축해 심한 고통을 일으키는 것을 흔히 ‘쥐’라고 한다. 의학 용어로는 ‘통증성 근육 경련’이라고 부른다. 고대구로병원 재활의학과 김범석 교수는 “‘쥐’와 근육 경련을 다른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쥐’는 근육 경련의 한 종류”라며 “신체 모든 부위에서 일어날 수 있지만 주로 종아리·허벅지·발 등 하체에서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쥐가 생기는 요인은 다양하다. 일반적으로는 잘못된 자세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특정 자세를 취하면서 잘 쓰지 않던 근육을 사용하게 되고 순간적으로 근육이 놀라 뭉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특별히 잘못된 자세를 취하거나 갑작스러운 힘을 가하지도 않았는데 근육 경련이 자주 생기는 사람이 있다. 밤마다 다리에 쥐가 나 잠자리에 들기가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이럴 때는 내과적 원인을 생각해 봐야 한다. 김 교수는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할 때 몸속 전해질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정 질환이 있으면 전해질에 불균형이 생겨 비정상적인 근육 수축이 생긴다”고 말했다. 전해질 불균형을 가져오는 대표적 질환은 간·신장·갑상샘 질환이다. 연세편한재활의학과 홍진오 원장은 “간과 신장에 문제가 생기면 독성물질의 분해·대사·배출에 문제가 생기고 갑상샘 질환인 경우 호르몬 변화가 생기는데 이들 변화가 전해질 불균형을 가져오는 것으로 보고돼 있다”고 말했다.
그 밖에 칼륨·칼슘·마그네슘이 부족해도 전해질 불균형이 생겨 다리 경련이 자주 나타난다. 운동을 과도하게 해도 땀으로 나트륨이 다량 빠져나가면서 체내에서 전해질 불균형이 올 수 있다. 그래서 운동을 과도하게 한 날에도 밤에 자다 쥐가 나기 쉽다.
근육 뭉침이 잦다면 먹는 약물도 의심해 봐야 한다. 고혈압약으로 많이 쓰이는 이뇨제와 칼슘 채널 차단제, 고지혈증 치료제인 스타틴제제도 전해질 불균형으로 근육 경련증을 일으킬 수 있다.
외과적 요인으로는 허리 디스크와 하지 정맥류가 있다. 허리 쪽 디스크가 튀어나와 다리 쪽으로 내려가는 신경을 누르면 종아리 쪽에서 잘못된 신호가 전달돼 비정상적인 수축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쥐가 자주 생길 수 있다. 하지 정맥류가 있는 사람도 종아리가 자주 뭉친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김원곤 교수는 “하지 정맥류 환자의 경우 혈액을 위로 보내는 판막의 기능이 떨어져 상대적으로 압력이 계속 밑으로 가해진다”며 “이 때문에 종아리 근육에 힘이 많이 전달되고 비정상적인 수축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쥐가 자주 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김범석 교수는 “쥐가 너무 자주 난다면 특정 질환 때문일 수 있으므로 피검사와 척추·근골격계 검사, 호르몬 검사를 받아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먹는 약물이 문제라면 의사에게 수분 배출이 적은 다른 약물로 바꿔 줄 것을 주문해야 한다.
특별한 질환이 없는데도 쥐가 자주 난다면 수분 섭취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체내 수분 함유량이 떨어지기 때문에 물 섭취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홍 원장은 “몸의 수분 함량이 조금만 떨어져도 근육이 수축과 이완하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다”며 “특히 약물을 복용한다면 물을 더 자주 마셔야 한다”고 말했다. 운동 시에는 물만으론 안 된다. 땀을 흘리면서 전해질까지 다량 소실되므로 이온음료를 수시로 마셔야 밤에 쥐가 나지 않는다.
운동이나 운전 중, 또는 밤에 갑자기 쥐가 났을 때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김범석 교수는 “많은 사람이 쥐가 난 부위를 먼저 주무르려고만 하는데 이미 뭉침이 시작된 후에는 도움이 안 될 때도 있다”며 “우선 앉아서 다리를 편 뒤 발 앞부분을 뒤쪽으로 힘껏 젖히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근육 풀리면 마사지 후 온찜질
다리에 쥐가 났을 때는 보통 종아리 뒤쪽 볼록 튀어나온 비복근과 바로 밑 가자미근이 뭉치는데, 이때 발 앞쪽(특히 엄지발가락 쪽)을 젖히면 종아리 쪽 근육이 이완돼 뭉친 부분이 빨리 풀린다. 홍 원장은 “쥐가 막 나려고 할 때 느낌이 오는데 이때 빨리 발 앞부분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하면 근육 뭉침이 시작되기 전에 막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근육을 이완시켜 뭉치는 것을 어느 정도 풀어주면 5분 이상 마사지를 충분히 해주는 게 좋다. 홍 원장은 “이때 마사지를 충분히 해주지 않으면 근육이 다시 뭉칠 수 있다”고 말했다. 마사지 후 따뜻한 찜질팩을 10분 정도 대고 있으면 이완 효과가 더 오래 간다. 김범석 교수는 “쥐가 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운전하다가, 또는 수영을 하다가 쥐가 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평소 틈틈이 스트레칭하고 대처법도 잘 알아두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