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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 (목)

이슈 '미중 무역' 갈등과 협상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 승자없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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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통상 전문 박정욱 산업부 국장

지금은 ‘죄수의 딜레마’ 상황

한국, 미·중 사이 중립 지키면서

두 나라 치중한 수출 다변화해야

중앙일보

박정욱 산업통상자원부 국장. [서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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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다.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 입장에선 촉각이 곤두서는 문제다. 주 제네바대표부 상무관 등을 역임한 다자통상 전문가 박정욱 산업통상자원부 제품안전정책국장은 “미·중 무역 전쟁은 ‘죄수의 딜레마’와 같은 상황이다. 서로 양보가 없어 장기화할 수 있다”고 짚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인터뷰 중 일부 내용은 최근 박정욱 국장이 출간한 세계무역기구(WTO)에서의 경험을 담은『트럼프시대, WTO에 던지는 5가지 질문(박영사)』에서 인용했다)



Q : 미·중 무역 전쟁에서 지금까지 승자는.

A : 단기적으로 미국이 유리해 보일지 모른다. 하지만 장기화하면 승자 없는 게임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죄수의 딜레마’ 상황과 유사하다. 둘 다 자기 이익만을 고려해서 선택하지만, 결과적으로 상대방과 본인 모두에 불리한 결과를 낳는다. 뚜렷한 승자가 없는 상황에서 글로벌 무역이 위축하며 세계 경제의 장기 침체가 예상된다.




Q : 알면서도 왜 미국은 중국을 공격했나.

A : ‘직접’ 타격한 이유는 2가지다. 우선 중국의 급부상이 미국 경제와 패권에 위협이 됐기 때문이다. 무역적자로 2001~2015년 미국 내 340만 개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이 중에서 75%가 중국과의 무역적자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런 ‘일자리 증발’은 미국 내 50개 주 모든 주에서 발생했다. 또 다른 이유는 세계무역기구(WTO) 규범만으로는 중국을 컨트롤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관련된 WTO 분쟁의 3분의 2가 중국 때문에 발생했다. 중국이 작았다면 미국이 쉽게 눌렀을 것이고, 설사 강대국이어도 WTO 다자 체제에서 관리하면 좋은데 이 두 가지 다 안 먹혔다.




Q : 한국은 어떻게 해야 할까.

A : 화웨이 사태의 경우, 기업이 실리를 취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대한 중립적으로 반응하면서 상대가 수긍할 메시지를 줘야 한다. “한국은 자유시장 경쟁체제이고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한다”는 게 핵심이다. 미·중에 치중한 수출 시장도 다변화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내수를 먼저 키우라고 하지만 한국은 기약하기 어렵다. 내수는 국내적 충격이 있으면 결정타를 맞게 되는 데다 인구도 감소 중이라 의존하기엔 한계가 있다.




Q : 미국과 일본이 가까워 보인다.

A : 그래도 미국이 일본을 안 봐준다. 미국의 전략은 일본을 좌우할 ‘레버리지’를 쥐는 것이다. 일본은 자국 주도의 경제협력체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을 주도하면서 미국의 압박을 피해가려고 한다. 그러나 미국은 일본과의 양자협정(TAG)을 통해 ‘농산물 시장을 더 열라’고 압박하고 있다. 향후 협상에서 더 많은 것을 얻기 위한 전략이다.




Q : 현 상황이 얼마나 장기화할까.

A : 트럼프 집권(미국 대선 시점은 2020년 11월)까지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어도 미국 정부가 중국에 대한 공격(bashing)은 지속할 수 있다. 미·중 무역 전에서 관세는 수단의 하나이고, 본질은 ‘기술전쟁’이며 ‘패권전쟁’이다. 중국도 장기전을 각오하고 있다. 중국은 열강의 식민지가 된 아편전쟁의 기억을 잊지 않는다. 여기서 물러나면 영원히 미국 주도의 세계 질서에 쫓아가는 것밖에 안 된다. 중국은 1980년대 플라자합의로 일본이 어떻게 됐는지 이미 철저히 연구했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한 것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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