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검찰개혁 완성’·’적폐수사 계속’에 방점둔 듯
다섯 기수 뛰어넘어 檢 고위간부 줄사퇴 예상
"검찰 조직 안전성 해칠수도" 우려 있지만…
학번 높아 중앙지검장 파격 발탁 때 문제없이 순항

문재인 대통령은 신임 검찰총장 후보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 1988년 총장 임기제가 도입된 이래 검찰총장에 고등검사장급이 아닌 지방검사장급이 임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임인 문무일(58·18기) 검찰총장보다 다섯 기수 아래인 윤 후보자가 ‘파격’ 발탁되며 검찰 내 후폭풍이 예상된다.

청와대는 17일 "앞으로의 검찰 개혁 등 조직 쇄신과 그간 윤 후보자가 보여준 부정부패와 비리 척결에 대한 확고한 수사의지가 반영됐다"고 밝혔다. 인적쇄신 등 검찰 개혁과 적폐청산 지속에 방점을 둔 인사로 풀이된다.

검사장급인 윤 후보자를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지명한 전례 없는 상황을 두고 문 대통령의 검찰 개혁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후보자는 지검장급 첫 검찰총장 후보이면서, 전임 총장과 기수 차이가 가장 큰 후보이기도 하다. 김대중 정부 때 전임 김태정 총장에서 후임 박순용 총장으로 임명하며 네 단계를 건너뛴 게 가장 이례적인 기록이었다. 당시도 "검찰 조직의 안정성을 해친다"는 반론이 거셌고, 총장 인사가 막판까지 진통을 거듭했다.

윤 후보자가 청문회를 통과해 검찰총장으로 임명될 경우 40명의 고검장·검사장급 중 윤 후보자와 기수가 같거나 그보다 높은 고위 간부가 대거 용퇴하는 후폭풍이 발생할 수 있다. 현재 검찰 고위 간부 중에서 윤 후보자를 제외한 23기는 9명이고, 23기보다 기수가 높은 19~22기는 21명이다. 고위 간부 40명 중 10명만 검찰에 남게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 후보자가 서울중앙지검장이 됐을 때도 연수원 기수에 비해 나이가 많은 데다 학번이 높아서 서열을 둘러싼 논란이 생각보다 거세지 않았다"며 조직의 안정을 크게 해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될 경우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검·경 수사권 조정 등 검찰 개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주목된다. 지금까지 문 총장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상정된 수사권 조정 법안을 두고 "경찰에 수사 종결권을 주면 안 되고, 검찰의 수사 지휘권을 유지해야 한다"며 정면으로 맞서왔다. 이에 검찰 내부에서도 조정안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거세게 일었다. 윤 후보자가 현 정부의 조정안에 어떤 입장을 내놓는지에 따라 지금의 ‘정부 대 검찰’의 대립 양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법조계는 윤 후보자가 검찰총장이 됐을 때 그동안 윤 후보자가 이끌었던 이른바 ‘적폐 청산’ 수사와 관련 사건의 공소유지에 미칠 영향 등도 주목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 사건은 이미 대부분 1·2심이 마무리됐고,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사건은 현재 항소심 선고를 목전에 두고 있다. 다만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사건은 아직 1심이 한창 진행 중이다. 때문에 "적폐청산 사건의 공소 유지에 집중한다면 전국의 검찰을 통솔해야 하는 총장보다는 지검장으로 남아있는 게 용이하지 않았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반대로 "총장 자리에서 지휘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관여할 수 있기 때문에 문제되지 않는다"는 관측도 있다.

청와대는 오는 18일 예정된 국무회의를 거쳐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로 보낼 것으로 보인다. 윤 후보자는 조만간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친 뒤 차기 총장으로 최종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문 총장의 임기는 다음달 24일 끝난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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