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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이 책을 댁으로 들이십시오]여자라서 못 할 거라고? 웃기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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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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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치고 뛰고 그리고 써라! - 탐사 보도의 개척자, 넬리 블라이

이선주 글·김주경 그림

씨드북 | 36쪽 | 1만2000원


“여자아이가 무슨 쓸모가 있나(What Girls Are Good For)”

세상에! <피츠버그 디스패치> 신문에 이런 제목의 칼럼이 실렸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항의 편지를 쓴 여성에게 편집장이 연락을 해옵니다.

“자네, 기자를 해보지 않겠나”

선생님이 되고 싶었지만 학비가 없어 학교를 그만두고 일을 하던 그녀에게 ‘넬리 블라이’라는 필명이 생겼습니다. 돌아가신 아빠가 지어준 엘리자베스 제인 코크런이라는 이름 대신 말이죠.

이 이야기의 배경은 1880년대. 당시 여기자들은 집안일이나 인테리어, 패션, 예술에 대한 기사를 주로 썼습니다. 하지만 넬리는 남자들이 독차지하고 있던 정치나 사회 문제를 다루고 싶었죠. 그녀는 공장에 들어가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취재하고, 멕시코에서 정치 기사를 쓰다 쫓겨나기도 합니다. 그리고 신문사에서 문화 담당을 맡겼을 때, 회사를 박차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뉴욕 월드> 신문사에서 솔깃한 제안을 하나 받았죠. 뉴욕 블랙웰스섬 정신 병원에 들어가서 잠입 취재를 해보라는 겁니다. 탐사보도는 남자들의 일로 간주되던 시절. 여성 환자들만 수용된 이 병원에서 학대가 일어난다는 소문이 있어도 아무도 제대로 확인할 수가 없었던 겁니다.

넬리는 환자로 위장해 정신 병원에 들어갑니다. 말라비틀어진 빵을 먹고, 더러운 물을 마시고, 난방도 안 되는 추운 방에서 열흘을 버팁니다. 그녀가 겪은 일은 그대로 기사화됐고, 엄청난 파장을 몰고 옵니다. 환자를 학대하던 간호사들은 해고됐고, 복지 예산이 늘어나는 계기가 됩니다.

그녀는 스물 다섯 살에 쥘 베른의 소설 <80일 간의 세계일주> 속 주인공보다 더 빠른 72일 만에 세계를 한 바퀴 돌았고, 쉰 살에는 1차 세계대전 종군기자로 활약합니다.

아직도 세상에는 남자가 할 일, 여자가 할 일에 대한 편견이 있습니다. 하다 못해 저희집 5살짜리 꼬맹이도 책에 나온 그림을 보고 “의사는 남자, 간호사는 여자”라고 합니다. 자주 가는 병원 의사선생님이 여자인데도 말이죠. 신문사라는 조직 또한 변화가 더딥니다. 매년 신입사원을 뽑으면 남자보다 여자들이 더 뛰어난데, 남자 수가 적다고 걱정하는 목소리가 들립니다.

하지만 150여년 전에 태어난 넬리 블라이도 해냈습니다. 그녀가 했던 모든 일은 “여자아이가 무슨 쓸모가 있나?” 라는 말 한 마디에 항의했던 것에서 시작됐죠. 자, 이제 누군가 “넌 여자니까 못해”라고 말한다면, 우리의 아이들은 뭐라고 답해야 할까요?

■이 페이지에 머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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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고 두꺼운 편견의 벽을 통과해온 넬리. 시대를 앞서나간 여성들이 그녀의 등 뒤를 받쳐줍니다. 누구인지 책을 보며 맞혀보세요.


임소정 기자 sowha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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