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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이슈 '위안부 문제' 끝나지 않은 전쟁

한국, 미국, 캐나다 교실에선 일본군 ‘위안부’ 문제 어떻게 다룰까… 한자리 모인 현직 교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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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의 사회교사 크리스티나 탱은 올해로 6년째 재직중인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일본군 ‘위안부’ 역사를 가르치고 있다. 교실 한 쪽 벽면에 피해자들의 사진과 생애, 인용구를 적고 학생들이 이를 따라 걷도록 하는 ‘갤러리 워크’를 운영 중이다.

“전쟁 폭력을 가르칠 때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사라지는 상황이 안타까웠습니다. 2차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가르칠 때 아돌프 히틀러 한 사람만 남는 것처럼요. ‘위안부’ 피해자들도 누군가의 딸이자 자매이자 엄마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전쟁으로 희생당한 여성들의 이야기는 아시아계 뿐 아니라 다양한 인종의 학생들에게 울림을 준다고 탱은 말했다.

한국, 미국, 캐나다의 현직 교사들이 17일 ‘미래세대로의 계승-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는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가’라는 제목으로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열린 워크숍에 참석했다. 이들은 각국 교과서에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어떻게 기술돼있는지 논의하고, 학생들에게 이 주제를 가르칠때 느끼는 어려움을 공유했다.

행사를 주최한 정의기억재단 윤미향 대표는 “교육은 피해자 없는 시대의 위안부 운동에서 핵심 요소”라며 “2000년 이후 일본의 역사왜곡이 극대화되는 상황에서 미래세대에 피해자들의 삶과 목소리를 어떻게 전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공립학교 교사 에린 한론은 2013년 로스앤젤레스 소녀상 건립을 다룬 신문 기사를 읽고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며 전시성폭력 생존자의 가족이나 지인을 인터뷰하라는 과제를 내주곤 했다. “일본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집안에 숨어있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을 접한 학생들은 “듣기 힘든 이야기였지만 수업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전혀 몰랐을 일”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경향신문

17일 서울 영등포구 이룸센터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미래세대로의 계승, 일본군성노예 문제는 어떻게 교육되고 있는가’ 교사워크숍에서 한국과 캐나다 교사들이 각국의 일본군 성노예 문제 교육 실태와 수업 노하우 등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정의기억연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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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한국만의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캐나다 토론토에서 역사교사로 일하는 마크 크로스웰은 “캐나다 정치사에서도 극우 정치인들이 역사 왜곡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나치 홀로코스트, 르완다 내전 등과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비교하면서 아이들에게 역사수정주의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님을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위안부 문제를 가르치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미국이나 캐나다 교과서에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관련 서술이 아예 없거나, 한 두 문단에 걸쳐 짤막하게 설명된다. 한국과 일본 정부의 입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배경지식이 많지 않은 외국 교사들이 신뢰성 있는 1차 수업자료를 찾는 일도 어렵다.

이에 미국 비영리단체 ‘사회정의재단’은 지난해 3월 위안부 문제에 관심이 있는 전현직 교사들과 함께 <‘위안부’ 역사와 이슈: 교사용 학습안 지침서>를 발간해 샌프란시스코 18개 고등학교에 배포하기도 했다. 손성숙 사회정의교육재단 대표는 “2017년 캘리포니아 ‘역사와 사회과학 학습지도 요령 개정안’에는 한일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안에 나온 ‘최종적·불가역적’이라는 문구가 포함됐다”며 “캘리포니아 교사들이 위안부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처럼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고 했다.

한국 교사들은 학생들의 자발적인 참여에 주목하는 한편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태도를 당부했다. 이화여자고등학교 역사동아리 ‘주먹도끼’ 지도교사 성환철씨는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알리는 홍보물을 만들거나 강연회를 열기도 한다”면서도 “학교나 교육청의 제한으로 인해 학생들의 활동이 학교 밖의 울타리를 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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