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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요일별로 다른 사람 `무지개 알바`까지 쓰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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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저임금 처벌유예 목소리 ◆

17일 서울 동작구 소상공인연합회 회의실에는 한국외식업중앙회, 대한제과협회,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 관계자들이 모였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을 앞두고 최저임금위원회에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성명을 통해 "소상공인 업종의 규모별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논의해달라"고 주장했다. 또 일자리 안정자금 정책 등을 실효성 있게 개편하고 내년 최저임금 고시에서 주휴시간을 소정근로시간으로 간주해 계산한 부분을 삭제해달라고 촉구했다. 이근재 소상공인연합회 노동·인력·환경 분과위원회 위원장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실질적으로 피해를 입고 있는 소상공인 대부분은 5인 미만 음식·숙박·도소매업 등 영세사업장"이라며 정부에 대책을 촉구했다.

5~10인 미만 영세사업장을 운영하는 소상공인들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년에 걸쳐 최저임금이 29% 인상된 상황에서, 이미 고용인원을 대폭 줄이거나 폐업을 고민하는 사업장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소상공인연합회가 발표한 최저임금 관련 소상공인·근로자 실태조사 결과 소상공인 60%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직원을 줄였다고 답했다. 최저임금이 더 오를 경우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한다는 답변이 25%에 달했다.

2년에 걸친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후폭풍은 여전하다.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주 15시간 미만으로 아르바이트 시간을 잘게 나누는 '쪼개기 알바'는 편의점 일상이 됐다. 아르바이트 쓰는 시간을 줄이고 온 가족이 가게 운영에 매달리는 사람도 적지 않다.

경기도에서 편의점을 창업한 지 2년째인 점주 김 모씨는 요일별로 다른 아르바이트생이 야간 근무를 맡는 '무지개 알바'를 쓴다. 나머지 시간은 김씨가 하루 14시간씩 근무를 도맡는다. 김씨는 "주휴수당만 없으면 성실한 사람을 5일 쓰겠지만, 주휴수당이 있는 한 이렇게라도 비용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 달도 채우지 못하고 그만두는 아르바이트생에 대해서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신청할 수도 없어 그는 일자리 안정자금을 아직 받아보지 못했다. 경기도 의정부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박 모씨는 최근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으로 30대 후반 가장을 고용했다. 박씨는 "편의점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정규직으로 취업해야 할 20대 후반~30대 초반 젊은 층이 편의점 아르바이트에 몰린다"며 "한번 채용공고를 올리면 전화가 하루에 100통씩 온다"고 했다.

편의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 정책에 대해서 거의 체념한 상태다. 네이버의 한 편의점 관련 카페에는 '사업을 쉽게 접을 수 있게 최저임금을 2만원으로 올려달라'거나 '아르바이트생이 사장보다 더 많이 받아가는 날이 금방 오겠다'는 게시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 강남 상권에서 편의점을 10년 이상 운영한 점주도 "우수 편의점 사례로 뽑혀 다른 점주 대상 강의도 나갔지만, 내년에 또 시급이 오르면 주휴수당을 줄 방법이 없다"며 "시급 9000원대에서는 버틸 수 없어 내년에도 최저임금이 오르면 폐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취업을 위해 실습 과정이 꼭 필요한 일부 업종에서는 최저임금 인상 이후 실습 기회가 크게 줄었다. 홍종흔 대한제과협회 회장은 "몇 년 전만 해도 30만~40만원을 주고 학생들이 실습을 해왔지만, 정부에서 최저임금 정책을 바꾸면서 실습생을 받는 곳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이유진 기자 / 이덕주 기자 /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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