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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2 (일)

주차장 위치부터 드론 도착지까지 “촘촘해진 주소가 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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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주소 산업’ 창출 기업인 토론회

더 세밀해진 주소 통해 사업 기회 확대

“정부가 민간영역 빼앗았다” 목소리도

중앙일보

고종신 행정안전부 주소산업지원팀장이 17일 오후 서울 언주로 LX 서울본부에서 ‘주소 정보 구축을 통한 산업 창출 방안 기업인 토론회’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이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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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 동맹·경연 94에서 만납시다.”

17일 오후 2시 국내 최초로 ‘격자 주소’를 개발한 권요한 인포씨드 대표는 이렇게 낯선 주소를 사용해 약속을 잡았다. 이날 기자가 권 대표를 만난 곳은 강남구 언주로에 있는 한국국토정보공사(LX) 서울본부였다.

인포씨드는 지난해 말 가로·세로 1m 단위로 ‘격자 세계지도’를 완성했다. 이 회사의 지도를 활용하면 주차장 한 면까지 정확한 주소를 식별할 수 있다. 권 대표는 “예컨대 산속에서 조난됐을 때 스마트폰만 켜 있으면 1m 이내 주소까지 파악할 수 있다. 일상에선 국가 주소체계의 보조수단으로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동맹’ ‘경연’ 같은 주소명에 대해선 “발음하기 쉽고, 음성인식이 잘 되는 단어를 주소지로 부여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LX 서울본부에서는 행정안전부가 주최하는 ‘주소 산업 창출을 위한 기업인 토론회’가 열렸다. 행안부가 보다 세밀한 주소를 구축해 사물인터넷·자율주행·드론 분야 민간기업에게 사업 기회를 확대 제공하고,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는 자리였다.

고종신 행안부 주소산업지원팀장은 이날 참석한 업계 관계자 70여 명에게 “정부는 2023년까지 드론·드로이드(배달로봇) 배달점, 카셰어링 교환지, 푸드트럭 허가지 등 주소 정보를 촘촘하게 구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령 경기도 파주시 통일로 ○번지를 ‘집 주소’로 검색하면 목적지의 대문을, ‘드론 주소’로 찍으면 앞마당을 가리키는 식이다.

이처럼 주소의 ‘개념’은 갈수록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는 주소가 ‘나의 집’을 알려주는 문패 역할이었다면, 앞으로는 출입문과 지하, 안마당 등으로 확대돼 더 가치 있는 정보가 된다는 얘기다.

주소 산업 활성화를 위해선 숙제도 있다. 1999년 국내 최초로 주소 변경 서비스를 상용화한 짚코드(브랜드 ‘KT무빙’)는 금융감독원이 사업 아이디어를 베껴 이 시장에 진입하면서 13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반토막(6억원) 났다. 논란이 일자 금감원은 은행연합회의 자회사인 한국신용정보원로 서비스를 이관했다. 나종민 짚코드 대표는 “60억원을 투자해 어렵게 사업을 다져놨더니 정부가 민간영역을 침입했다. 3년간 항의했지만 소용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개인정보 보호 관련한 규제 개혁도 필요하다. 김민호 성균관대 교수(개인정보보호법학회장)는 “주소 정보가 거주민 정보와 결합하면 현행법 위반”이라며 “개인정보를 식별할 수 없는 ‘가명(假名)정보’ 개념을 도입해 기업 활동에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재 기자 lee.sangja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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