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트럼프 방한 10일전 習 방북…한반도 정세 요동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북한과 중국이 오는 20~21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전격 방북 사실을 17일 동시에 공개하면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시 주석의 방북은 시기상 이달 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과 여러 측면에서 대비된다. 열흘 정도의 시차를 두고 시 주석과 트럼프 대통령이 각각 남·북한을 방문하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당초 북·중은 지난해부터 시 주석 방북과 관련해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3월 첫 해외 방문지로 중국을 택해 베이징에서 시 주석과 회담을 가진 이후부터 지속적으로 시 주석의 평양 답방을 요청했다. 특히 지난해 싱가포르 미·북정상회담 이후에는 양국 간 시 주석 방북에 대한 구체적인 준비 작업들이 진행된 정황이 곳곳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정통한 북·중 관계 소식통은 "지난해 여름부터 중국 외교부의 북한 관련 인력 대부분이 평양에 들어가 시 주석 방북을 위한 사전 준비에 나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북·중 양국은 미·북 간 비핵화 후속협상 양상과 미·중 간 갈등 등을 감안해 시 주석 방북 시기를 수차례 저울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중 양측은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로 인해 한반도 대화국면이 정체된 상황에서 시 주석 방북이라는 회심의 카드를 던지기로 뜻을 모은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이달 말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기 앞서 첫 방북을 통해 대북 영향력을 과시하며 이를 대미 협상에서의 지렛대로 삼기 위한 의도도 엿보인다. 이에 따라 오사카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개최될 미·중정상회담에서도 양국 간 전방위 갈등 사안과 함께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주요한 의제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한껏 높아졌다.

김 위원장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앞서 2005년 후진타오 전 중국 국가주석 이후 14년 만에 중국 최고지도자의 평양 방문을 성사시키며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에 앞서 시 주석이 든든한 뒷배임을 한미에 확인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김 위원장으로서는 지난해 3월 이후 4차례나 중국을 방문하고도 시 주석의 방북을 성사시키지 못하며 국내외에서 제기됐던 '대중 저자세' 외교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김정은 위원장이 네번이나 중국을 방문했던 만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가는 순서는 맞는다"면서 "올 초부터 북·중은 시 주석 방문 관련 모든 준비를 해놨고 시 주석만 결심하면 되는 것이었는데 미·중 전략경쟁이 새로운 변수가 돼서 중국은 지금까지 연기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서 비핵화 관련 긍정적인 진전을 이루고 싶다고 하면서 회담 용의를 표했고 트럼프 대통령도 긍정적인 회답을 했던 만큼 시 주석이 방북을 할 중요한 장애를 제거한 셈이 됐다"고 덧붙였다.

중국으로서도 김 위원장이 이미 중국을 4차례나 방문한 가운데 평양이 아닌 서울을 먼저 방문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상당한 부담감을 가졌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북·중 간 사안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시 주석은 내부적으로는 이번에는 서울보다는 평양을 먼저 방문하겠다는 명확한 입장을 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시 주석으로서는 미·북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와 관련해 한국에 대한 정치적 앙금이 완전히 가시지 않은 상태인 점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평양에서 북·중 간 혈맹관계를 강조하며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과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 인민지원군 열사능원 등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는 김 위원장이 공들여 개발한 여명거리와 미래과학자 거리 등 김정은 시대 평양의 랜드마크를 돌며 대대적인 카퍼레이드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평양 남북정상회담 당시 남북 정상이 무개차에 올라 이른바 '평해튼'(평양+맨해튼)의 마천루를 누빈 것과 비슷한 그림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이와 함께 시 주석은 이번 평양 방문을 통해 미·북 비핵화 협상에서 북측의 확실한 후견자로서 자리매김하는 모종의 메시지를 세계로 발신할 개연성이 크다. 북한이 미·북 협상 이후 중국이 이뤘던 번영을 구가할 수 있도록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다는 분명한 의사를 밝힐 수도 있다.

다만 시 주석이 평양에서 명시적인 대외 메시지에 '비핵화'라는 표현을 사용할지는 미지수다. 아직 북한 내부에서 '비핵화'에 대한 가치나 방침이 충분히 내재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 주석이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현실을 배려해 비핵화에 대해서는 추상적인 언급을 통해 거론하는 식으로 국제사회에 한반도 비핵화에 대한 중국 나름의 건설적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대신 시 주석은 김 위원장과의 첫 평양 정상회담을 전후로 북측이 원하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언급하며 미·북 협상에 대한 미국의 태도 변화 필요성을 강조할 전망이다. 이는 북측이 미국에 대해 '계산법을 바꾸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비슷하게 해석될 수 있는 지점이다.

[김성훈 기자 / 김정범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