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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7 (화)

[오래 전 ’이날’]6월18일 여의도 시대, 이렇게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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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1979년 6월18일 여의도 시대, 이렇게 열렸습니다

경향신문

2017년 10월 코스피가 개장과 함께 2,510선을 넘으며 장중 사상 최고치 기록(당시 기준)을 경신하고 2,501.93으로 마무리한 이후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직원들이 주가지수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지나고 있다. | 김창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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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여의도’ 하면 뭐가 떠오르시나요. 국회? 방송국? 요즘 시민들에게 인기 많은 한강공원이나 고층빌딩의 상징 63빌딩일 수도 있겠네요.

제 머릿 속에선 여의도라는 말 뒤에 ‘증권가’란 단어가 따라붙습니다. ‘OO증권’ ‘OO투자’ 등 간판을 여의도의 빌딩숲 속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지요. 그럼 증권사들은 언제, 왜 여의도에 모여들게 됐을까요?

40년 전 오늘 경향신문에는 이제 개막을 눈앞에 둔 ‘여의도 시대’에 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1의 116에 자리한 신축 한국증권거래소(현 한국거래소)는 오는 7월2일 개소를 앞두고 마지막 마무리 작업이 한창이다. (중략) 한국 경제의 젖줄인 자본시장으로서의 증권거래소는 이제 새 ‘여의도 시대’의 개막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것이다.”

여의도 증권가의 시작은 이 시기부터였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막 개소를 앞두고 있었죠. 이 때까지만 해도 한국의 금융 1번지는 서울 중구 명동이었습니다. 네, 지금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쇼핑 천국이 된 그 명동입니다. 1956년 3월 대한증권거래소가 명동에서 문을 연지 20여년 만에 여의도로 확장 이전했고, 이후 증권사를 비롯한 금융회사들이 수십년에 걸쳐 잇따라 옮겨오면서 여의도는 자연히 한국의 금융 중심지로 자리잡았습니다.

경향신문

1979년 6월18일 경향신문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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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기사에 소개된 증권거래소는 ‘최첨단 시설’을 자랑했습니다.

“상장돼 있는 전종목의 시세와 호가 상황을 컴퓨터로 직접 연결, 표시해준다. 한 종목당 16글자로 이루어진 시세판은 사자 팔자 가격과 성립가를 그때그때 알려주면서 시장상황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고객은 4층에 마련된 관람실에서 시장의 변동을 한눈으로 파악할 수 있다. 641평의 초대형 입회장에는 또 200대의 직통전화가 설치돼있어 거래원들의 주식매매업무를 원활하게 도와준다.”

규모 또한 어마어마했는데요. 기사에 따르면 해당 건물은 8192평의 대지 위에 세워졌으며 공사비만 102억700만원이 투입됐다고 합니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에 이은 세계 3번째 규모로, 일본 도쿄의 거래소보다 더 크고 현대화된 시설을 갖췄습니다.

그러나 새시대를 앞둔 증권가는 우울했다고 합니다. “시장기류가 짙은 불연속성을 타고 있는 게 현재의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기사는 전했는데요. 1976년 착공 당시만 해도 중동 건설붐과 수출 호조로 기업은 호황을 구가, 증권 경기 또한 폭넓게 일어나 거래소 신축 자금 마련에 어려움이 없었죠. 하지만 1970년대 후반 들어 정부가 긴축정책을 펼치고 석유가가 인상되면서 기업들의 주머니 사정이 날로 악화됐습니다. 이런 상황에 하루 4500kwh를 사용하는 거래소의 ‘최첨단 시설’들이 지나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맞게 됐죠. 기사는 “많은 투자자들과 증권관계 회사들은 시장 여건이 여건인지라 ‘여의도 시대’ 개막이 증권시장 활력에 어떤 기폭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걸고 있다”고 전합니다.

■다시 명동으로, 또 강남으로

최근 수년 사이 ‘증권 중심지’로서 여의도의 명성은 약해졌습니다. 몇몇 대형 증권사들이 여의도를 떠나 고향인 명동으로 돌아갔기 때문인데요. 대우증권과 대신증권이 2016년 30여년 간의 여의도 시대를 끝내고 명동으로 본사를 이전했습니다. 앞서 2004년에는 유안타증권(옛 동양증권)이 명동 인근으로 이사했죠.

강남으로 자리를 옮긴 곳들도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2016년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금융계열사를 서초동 사옥으로 이전시켰습니다.

이 같은 현상 뒤엔 정보통신의 발달이 있습니다. 거래소와 한국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들 사이를 물리적으로 오갈 필요가 없으니 굳이 가까운 곳을 고집할 이유도 사라진 것이죠. 또 여의도보다 명동 등 지역의 부동산 가치가 높은 것도 이 선택에 영향을 미쳤다고 합니다.

[관련뉴스]여의도 떠나는 증권사 '명동으로 헤쳐모여'

최민지 기자 mi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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