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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트럼프 쇼 2막'… 최대 경합주 플로리다서 대선 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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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 2020대선 출마 선언

슬로건은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

"역사의 우연한 탈선이냐, 영구적 변곡점이냐."(뉴욕타임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再選)을 허용하느냐를 두고 미국이 다시 선택의 기로에 선다. 트럼프가 18일 저녁 8시(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대대적인 재선 출정식을 열며 2020년 대선 레이스의 신호탄이 울렸다. 그의 첫 4년이 아웃사이더 대통령의 폭주에 따른 혼란과 조정의 시기였다면, "트럼프 쇼의 2막"(워싱턴포스트)이 될 다음 4년은 이 혼란을 세계의 새로운 지형으로 굳히는 계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조선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펜실베이니아주 몬터스빌 유세에서 주먹 쥔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대선 출정식을 열고 재선 도전을 공식 선언한다. 지난 대선에서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썼던 그는 이번 재선 레이스에서는‘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라는 구호를 내세웠다.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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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을 계속 위대하게(Keep America Great)"와 "공약은 반드시 지켰다(Promises Made, Promises Kept)" 두 가지 재선 슬로건을 소개한다. 2016년 대선 슬로건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의 연장 선상이다. 온갖 논란에도 국경 장벽 건설 등 반(反)이민 정책, 무역 전쟁을 통한 국내 일자리 확보, 보수 대법관 임명 등 지지층이 열광한 핵심 공약을 밀어붙였다는 자신감이 묻어난다는 분석이다.

출정식 장소인 올랜도 암웨이센터 앞엔 트럼프 열혈 지지자들이 먼저 입장해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해, 만 40여 시간 전인 월요일 새벽부터 노숙하며 줄을 섰다고 현지 매체는 전했다. 트럼프 측은 "당초 10만명 넘게 참가 신청했지만 행사장에 2만명밖에 수용이 되지 않았다"며 옥외 광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열기를 확산시킬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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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년 반 트럼프의 시계는 오직 '2020년 재선 성공'에 맞춰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2017년 1월 20일 대통령 취임식 당일 연방선거관리위원회에 2020년 대선 출마 등록을 했고, 바로 다음 달 최대 격전지인 플로리다에서 선거 유세를 재개했다. 역대 미 대통령은 통상 임기 3년 차에 재선 출마 의지만 밝히고, 선거 당해에 야당 후보가 정해질 때쯤 본격 유세에 나서곤 했다.

핵심 선거구의 부동층 표심을 겨냥한 물량 공세도 엄청나다. 폴리티코와 NYT에 따르면 총 10억달러(약 1조원) 모금을 목표로 한 트럼프 재선 캠프는 현재까지 4000만달러를 모금했다. 또 트럼프 캠프가 2016년 일대일 접촉한 유권자 수가 1000만명 정도였다면 이번엔 5000만명 접촉을 목표로, 페이스북 등을 통한 유권자 분석과 맞춤형 광고에 월 수백만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3년 전 공화당 중진들의 외면 속에 고전했던 트럼프 캠프는 현재 보수층의 절대적 지지를 기반으로 당을 동원해 전국 조직을 풀가동 중이다.

트럼프가 내세우는 최대 치적은 경제 호조다. 그의 취임 이래 연 3%대 성장률과 완전 고용에 가까운 실업률을 기록하고 전반적 경제 심리와 전망도 긍정적으로 유지되고 있다. WP·CNN 등 비판적 언론도 재선 전망의 가장 큰 요소로 경제 실적을 꼽는다. 다만 현 호황은 역대 최저 수준의 금리와 감세 정책을 무리하게 유지한 데다 군비 지출 등 재정 확대가 장기간 동반된 덕이다. 무역 전쟁 여파로 인한 경제 부메랑도 닥칠 수 있다.

역사적 추세로 볼 때 트럼프의 재선 전망은 나쁘지 않다. 1980년 이래 현직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 경우는 조지 H W 부시(1992년) 단 한 명뿐으로, 미 대선은 갈수록 재선에 유리한 구도다. 더군다나 이번에 상대인 민주당은 20여명의 후보가 난립해 경선 과정에서 서로 약점이 노출되기 쉬운 반면, 트럼프는 당과 정부의 전폭 지지를 받는 유리한 입장이다. 또 북핵 협상에 실패하고 동맹과 관계가 악화됐지만 아직 실질적 안보 위협은 가시화되지 않았다.

그러나 여론조사 지표는 이상하리만치 나쁘다. 그의 직무 지지율은 평균 42% 수준에 머물고 있는데, WP는 "호황에 속하는 경제를 이끈 대통령이 단 한 번도 과반 지지율을 기록하지 못한 것은 전례 없는 일"이라고 했다. 최근 보수 폭스뉴스 조사에서도 민주당 주자 5명과 일대일 가상 대결에서 트럼프가 모두 지는 것으로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실제 바닥 민심은 더 좋다"며 자신에게 불리한 여론조사가 '가짜 뉴스'라고 공격한다. 지지율이나 실제 전체 득표에서 모두 뒤지고도 결국 선거인단 확보 싸움에서 승리했던 2016년의 '이변'이 재현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폭스 조사에서 둘 중 누구를 뽑겠느냐고 질문한 가상 대결에서는 트럼프가 모두 졌지만, 트럼프 재선 여부를 묻는 질문에는 과반이 "재선될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러시아 대선 개입 스캔들과 사법 방해, 본인과 가족의 권력 사유화 논란 등으로 탄핵의 불씨가 꺼지지 않는 등 비경제 분야는 거의 낙제점을 받고 있다. 반(反)트럼프 유권자의 투표율이 3년 전과 달리 치솟을 경우 낮은 지지율이 그대로 선거 결과로 구현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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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시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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