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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군은 표류라는데···北어선, 날 밝길 기다렸다 '대기 귀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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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어선, 고장 표류 아닌데 바로 잡지 않은 군경

4년 전 DMZ 북한군 귀순자 ‘대기귀순’과 판박이

중앙일보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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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삼척항으로 들어온 북한 어선은 기관 고장이 아닌 귀순 목적이었다는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해 해상에서 기관을 끄고 날이 밝길 기다렸다는 점과 부두에 내린 북한 주민이 탈북한 친척에게 연락을 시도하기 위해 인근 주민에게 휴대전화를 빌리려 한 점이 밝혀지면서다.

이는 지난 2015년 북한군 병사(하전사 중 하급병사)가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귀순을 시도할 때 비무장지대(DMZ)에서 날이 밝길 기다렸던 ‘대기귀순’, ‘노크귀순’ 사례와 판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북한군 귀순자는 야밤에 북한 측 철책을 통과한 후 어둠을 이용해 우리 군 GP(비무장지대 소초) 인근 언덕까지 접근해 날이 밝을 때까지 대기했다가 귀순했다.

19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북한 어선은 지난 15일 야간에 삼척항 인근 먼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날이 새길 기다렸다. 이는 야간에 해안으로 진입할 경우 군의 대응 사격을 우려 때문이다.

어선은 날이 밝자 해안 쪽으로 이동했고 삼척항 외항 방파제를 지나 부두까지 와서 접안했다. 이후 인근에 있던 주민이 이들과 대화하다 “북한 말투를 쓰는 수상한 사람이 있다”는 내용의 112 신고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때 주민이 이 선박을 향해 “어디서 왔느냐”고 묻자 “북한에서 왔다”는 답변이 돌아왔다고 한다. 또 다른 주민들은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선원 중 일부가 육지로 내려와 어민에게 북한 말씨로 “북에서 왔으니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했다고 증언했다.

주민 등에 따르면 북한 어선이 동해 북방한계선(NLL)부터 삼척항 안 방파제까지 130㎞를 항해해 정박하는 동안 해군과 해경, 육군은 이를 전혀 몰랐다는 게 된다.

이 어선이 정확하게 삼척항으로 진입한 것으로 미뤄 기관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던 것으로 보인다. 애초 기관 고장으로 표류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엔진은 살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간 북한 어선이 기관 고장으로 표류했다는 보도가 나갔지만, 군과 경찰은 이를 바로잡지 않았다.

이들이 관계기관에 공식적으로 포착된 시간은 오전 6시50분쯤이다. 주민 신고는 곧바로 강원경찰청 112상황실로 접수됐고, 상황 요원이 삼척경찰서 상황실과 관할 지구대로 통보했다. 이와 동시에 동해해경 삼척파출소에 통보됐으며, 출동 요원들이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에 선원 4명이 탑승한 것을 확인했다.

4명의 북한 어민 중 귀순자 2명은 관계당국 합동심문에서 탈북을 목적으로 삼척항으로 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관계 당국 소식통은 “북한으로 돌아간 2명은 얼떨결에 따라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귀순자 2명에 대해 합동심문을 한 결과, 지금까지 대공 용의점은 드러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19일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북한 어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강원도 삼척항 부두를 통해 들어온 것에 대해 지휘관 모두가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할 것을 강하게 주문하며 “북한 어선 관련 사항은 지휘관 모두가 매우 엄중한 상황으로 인식해 작전 및 근무 기강을 바로잡고 정신적 대비태세를 굳건히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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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관계 당국에 따르면 당시 군은 해경으로부터 ‘삼척항 방파제’에서 북한 어선이 발견됐다는 상황을 전파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당시 북한 어선은 방파제 인근 부두에 거의 접안한 상태였다고 복수의 정부 소식통은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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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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