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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상산고 자사고 탈락? “‘폐지’ 목표 세워놓고 평가는 불합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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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지난 3월 전북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과 삼천동 주민들이 상산고등학교 앞에서 자율형사립고(자사고) 폐지를 반대하며 집회를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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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상산고가 자율형사립고 지정 취소 위기에 몰린 가운데, 전북교육청의 자사고 평가 방식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다른 자사고들에 비해 유독 상산고만 높은 기준이 적용돼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19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폐지’를 목표로 설정해놓고 평가하고 있기 때문에 결과는 회의적일 것으로 예상한다”며 “상산고에게만 유독 불리한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전북 교육청은 20일 상산고 평가 결과를 발표한다. 학교 측은 평가 결과 전북교육청이 제시한 기준점수인 80점에서 1~3점 가량 모자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전국 교육청에 제시한 자사고 재지정 기준 점수는 70점이다. 이 역시 60점에서 갑자기 10점을 올리면서 많은 자사고들의 반발을 불렀다. 그러나 전북교육청만 유일하게 평가 기준을 80점으로 상향했다. 익명을 요청한 상산고 측 관계자는 “김승환 전북 교육감이 상산고를 폐지하겠다는 목표를 이미 정해 놓은 것 같다. 평가는 요식 행위일 뿐”이라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지난 4월 확대간부회의에서 “자사고가 계속 유지되려면 재지정 결정을 받아야 한다”며 “(교육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재지정 처분을 해줘야 할 의무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임대차 계약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자사고를 재지정하지 않는 것에 빗대 “임대차 계약도 5년을 계약한 후 임대인이 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산고는 교육청의 자사고 평가내용에 문제가 많다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게 사회통합전형 기준이다. 상산고는 민사고, 현대청운고, 포항제철고, 광양제철고와 함께 김대중 정부에서 처음 자립형 사립고로 출범했다. 전국 42개 자사고 중 원조에 해당한다. 이 5개 학교는 처음 개교 당시부터 사회통합전형으로 학생을 뽑을 의무가 없다.

하지만 상산고는 2008년부터 자발적으로 3%씩 선발해왔다. 그런데 올해 재지정 평가를 앞두고 전북교육청이 10%라는 기준을 적용해 최대 14점까지 감점 받을 수 있게 만들었다는 것이 상산고의 반박이다. 박 교장은 “사회통합전형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말도 없다가 평가를 앞두고 갑자기 10%라는 수치를 제시하는 것은 매우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사회통합전형 부분만 제대로 평가해도 80점은 거뜬히 넘길 것”이라고 말했다.

학부모들도 평가 방식을 문제 삼았다. 상산고 학생·학부모 6명은 지난달 29일 청와대를 방문해 학생들이 직접 쓴 편지 396통을 전달하면서 평가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당시 학생들은 “학교가 폐지돼야 할 ‘교육적폐’인지는 정치적인 논쟁사항이다. 다만 평가 기회와 과정은 평등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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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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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자사고들도 현재의 평가 시스템이 정당하지 못하다고 지적한다. 지난 17일 서울자율형사립고교장연합회는 입장문을 통해 “공정성·일관성·정당성 없이 오직 자사고를 폐지하기 위해 일방적으로 평가가 이뤄지고 있다”며 “교육 수요자인 학생·학부모의 절대적인 호응을 받아온 자사고를 정치적 포퓰리즘에 따라 말살하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사고의 지정취소 절차는 크게 4단계로 이뤄진다. 먼저 각 교육청이 평가를 통해 지정취소 결정을 내리면 해당 학교가 교육청의 청문회에서 소명 기회를 갖는다. 이후 교육청이 교육부에 ‘동의’를 요청하면 교육부는 자사고 지정심의위원회를 열어 안건을 심의한다. 마지막으로 교육부 장관이 결재하면 최종적으로 자사고 지위를 잃게 된다.

윤석만 기자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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