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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세계 1400개 기업에 10만개 봇 취업시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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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우리는 세계 최대 '디지털 인력(SW봇)' 파견 회사입니다. 우리 회사가 '취업'시킨 봇들은 10만개가 넘고, 세계 1400개 기업에서 일하고 있어요. 단순반복적인 업무, 사람이 하기에 고통스러운 업무부터 빠르게 자동화되는 중입니다.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전 인류의 삶의 질을 높이는 엄청난 혁신이 될 겁니다."

앱스토어에서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앱)을 구매하듯, 봇스토어에서 업무를 맡길 자동화 로봇 소프트웨어(SW)를 살 수 있는 시대다. 앱스토어가 앱이코노미를 연 것처럼, 누구나 봇을 만들어 업로드하고 사고팔 수 있는 '봇이코노미'시장도 열리고 있다. 2003년 개발자 동료들과 오토메이션애니웨어(Automation Anywhere)를 창업하고 '로봇 프로세스 자동화(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라는 개념을 창시한 미히르 슈클라 최고경영자(CEO)는 인류의 '일자리 지형도'가 지각변동 중이라고 설명했다.

"창업 초기에는 자동화 프로그램을 개발해 기업에 공급하고 업데이트하고 다시 보수하는 일의 연속이었습니다. 똑같은 일을 무한 반복하는 느낌이었죠. '이건 자동화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사람이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봇을 만들기 시작했고, 15년 만에 소프트뱅크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혁신기업의 러브콜을 받는 회사로 성장시켰습니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인공지능(AI) 선도 기업에만 투자한다는 비전펀드를 통해 작년 이 회사에 약 3억달러를 투자했다. 지난 13일에는 이 회사의 연례 콘퍼런스에 직접 연사로 나서 "슈클라 CEO를 처음 만났을 때, 저의 생각과 똑같아서 놀랐다. 투자를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면서 추가 투자 계획까지 밝혔다. MS는 대표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AZURE)와 오피스365 등 자사 소프트웨어에 오토메이션애니웨어의 봇을 탑재하는 방법을 논의하고 있다. 일반 대중이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자동화봇 생태계가 무르익었다는 것이 슈클라 CEO의 판단이다.

슈클라 CEO는 "오랫동안 20%대에 머물던 자동화 전환에 속도가 붙었고, RPA시장은 매년 20~30%씩 성장하고 있다"며 "게다가 빠르게 발전하는 AI 기술과 접목되어 RPAI(RPA+AI)로 진화하는 중이다. 이제 A라는 회사에서 일하는 봇이 데이터를 분석해 '맞춤형 봇'을 만들어주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가 경력사원을 채용할 때 일을 잘하는 동종업계 인물을 추천받듯, 봇이 스스로 학습하면서 어느 부분을 자동화하면 좋을지 알려준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업무상 '가장 약한 고리'를 찾아 RPA를 도입하는 중이다. 이영수 오토메이션애니웨어 한국지사장은 "신입사원들이 업무를 수행하면서 '내가 이런 일 하려고 대학을 나왔나'라는 자괴감이 드는 일들이 대표적"이라고 설명했다. 하루 수백 개의 제품이 업데이트되는 국내 한 유통기업은 개인사업자들이 올리는 제품 설명과 광고에서 '금지어'를 찾는 업무가 큰 어려움이었다. 5명의 직원이 눈이 빠져라 종일 매달려야 했던 단순 업무는 봇을 도입한 이후 직원 한 명이 반나절만 모니터링하면 되는 일로 바뀌었다. 매달 정산을 해야 하는 금융권, 고객을 관리하고 응대해야 하는 보험권에서도 발 빠르게 도입하고 있다.

슈클라 CEO는 "세계 어디서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이 우리 목표"라며 "특히 한국은 워라밸 트렌드와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상위 대기업과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고 말했다. 직원들의 경험은 물론 고객 경험까지 혁신하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수백 명 지원자의 서류를 심사하고 급여정산을 대신 해준다. 1시간30분 이상 소요되던 은행·이동통신 개설 업무가 10분으로 줄어들고, 일주일씩 걸리던 대출 심사는 반나절이면 끝나는 식이다.

"최근에는 헬스케어 산업에도 진출했습니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이 우리 삶을 바꾼 것처럼, RPA는 더 빠르게 더 많은 부분을 바꿔줄 겁니다. 매일 똑같은 일을 하지 마십시오. 단순 업무는 로봇에게 맡기고 더 생산적이고 창조적인 일에 몰두하세요. RPA는 사람을 더 사람답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도쿄 =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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